매일신문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없게…" 필수·지역 의료 살린다

의대 입학 정원 2천명 증원, 복지부 '정책적 올인'
20년 동안 정원 3천명선 유지…10년 후 1만5천명 부족 전망
'4대 정책 패키지' 통해 시너지…의료계 "총파업" 강경 분위기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한 6일 오후 동국대 경주병원을 찾은 내과 외래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한 6일 오후 동국대 경주병원을 찾은 내과 외래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의과대 정원은 2006년 3천58명으로 확정된 이후 20년간 동결된 상태다. 정부가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키로 한 배경에는 20년 가까이 묶여 있는 의대 정원으로는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릴 방안이 없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1년 4개월만에 현실화된 의대 정원 확대

의대 정원 확대는 지난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증원 추진을 언급한 지 1년 4개월만에 현실이 됐다. 당시 조 장관은 "의정합의를 토대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공론화를 기반으로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료 현안 관련 논의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안을 지속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나 복지부와 의협은 28차례나 만나는 동안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료현안협의체는 지난달 31일 이후 열리지 않았지만, 정부는 전국의 의대를 통해 증원 수요를 조사했다.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 또한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반발했다.

공전하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정부가 지난 1일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4대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며 기정사실이 됐다.

◆ "지역·필수의료 위해서는 의사 필수"

복지부는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대 정원이 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취약지역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하면 2035년쯤 1만5천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심각하게 떠오른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결국 의사 부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복지부는 의사 수를 늘린 뒤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진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10조원 이상을 들여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고,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주겠다는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예정인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내 대한전공의협의회 모습.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시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예정인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내 대한전공의협의회 모습.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시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의료계 "단체행동도 불사" 강력 반발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발표되자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할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의협은 이날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지만 4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월 실시한 파업 찬반 전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이에 따라서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역 의료계 또한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증원 규모가 2천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며 "당장 각 의대가 이 정도 규모의 의사를 교육시킬만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교육의 질 저하와 함께 의료질까지 떨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경우 지난 2020년에 있었던 단체 행동보다 더 강력한 행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총파업의 방식으로 집단 사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는 "이번 발표로 '단체 행동이 아니면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연하게 형성됐다"며 "단체 행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원 확대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