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제3지대 통합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설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됐다. 이번 설 명절 밥상의 최대 화두는 제3지대 통합 신당의 출현이다. 설 연후 첫날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민주당 탈당파의 원칙과상식이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깜짝' 합당 선언을 발표했다.

설 연휴 기간 제3지대 통합 정당 이슈를 현실화해서 여론의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과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범 움직임이 통합을 서두르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통합 개혁신당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선은 정치적 파괴력이다. 현 상황은 지난 2016년 4월 총선 두 달 정도를 남기고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되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국민의당은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호남 지역 28석 중 23석, 서울 2석, 비례구 13석 등 총 38석을 획득하면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총선 이틀 전 한국갤럽 조사(4월 11~12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7%. 더불어민주당 20%, 국민의당 17%, 정의당 5%, 무당층 19%였다. 그런데 실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33.5%로 1위, 국민의당은 26.7%로 민주당(25.5%)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지역구와 비례구 분리투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출구조사를 심층 분석해 보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 중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민주당을 찍은 사람은 56.7%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20.8%는 이탈하여 국민의당을 찍었다.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에 투표한 사람 중 12.9%가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었다.

기존 거대 정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의 지지층 이탈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를 위해 지역구 투표에서는 민주당, 비례구 투표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제3정당을 찍은 결과다.

이 밖에 보수의 분열, 민주당 성향 2030세대의 투표율 급상승, 문재인·김종인 투톱 체제의 과감한 중도 확장 전략 등이 주효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 신당에 대한 지지도는 10%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제3지대 통합 신당이 중도·무당층 민심을 파고들면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과 같이 돌풍을 일으킬 잠재력은 있다.

그러나 통합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려면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제3지대 세력 간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점에 대한 접점이 희미한 상황에서 여러 색깔이 섞일 경우 아름다운 무지개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진흙탕 색깔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여러 세력들 간 핵심 공약을 둘러싼 갈등은 정체성 논란으로 귀결될 것이다. 가령, 개혁신당이 발표한 논쟁의 여지가 많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등의 공약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둘째, 개혁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통합신당을 주도하는 세력들은 정치 양극화의 주범인 양당 체제를 다당 체제로 바꾸는 것이 정치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총선 후 수많은 다당 체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치는 4류다.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당 체제가 아니라 정당이 특정 인물에 의해 지배되고 운영되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통합신당 역시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개인화된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통합 신당을 이끌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갤럽의 2월 첫째 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1월 30일~2월 1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26%,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23%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는 각각 4%에 불과했다. 이렇게 낮은 선호도로 거대 양당과 대항하며 선거를 끌고 가기는 어렵다.

단언컨대, 현재 통합 신당은 성공을 위한 조건들이 모두 결여되어 있다. 성공하려면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자신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4월 총선은 한국 정치사의 운명을 가를 중대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 이제 국민의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만이 남았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