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 안보 수호 50년, 구미産 무기체계 전세계로 뻗는다

K-방산의 주역 구미시…'유무인복합체계'로 새로운 50년 본격화
K-방산 금성정밀공업서 출발…첨단 무기체계 국산화에 앞장
당시 박정희 前 대통령 큰 관심…각국 국방력 강화 구미産 눈길
사우디·UAE 등 천궁-Ⅱ 도입…유럽·남아메리카서 잇단 검토

1978년 9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이 금성정밀공업 자재창고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1978년 9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이 금성정밀공업 자재창고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1978년 9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이 금성정밀공업 박승찬 사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1978년 9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이 금성정밀공업 박승찬 사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삼성·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뿌리내린 반도체 도시 '구미'가 대한민국 방위산업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 무기체계가 스마트·첨단화되면서 방산에서도 초격차 반도체 산업의 역할 비중이 커지고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가 방산 강국 도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보유한 구미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방산 혁신 클러스터를 유치한 구미시는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 등 미래 방위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다.

◆대한민국 방산 '초석'

구미는 K-방산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방산 역사는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76년 2월 구미산단에 설립된 금성정밀공업(LIG넥스원 전신)에서 출발한다. 토종 첨단무기 방위산업체의 효시인 금성정밀공업은 창립과 함께 대한민국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1978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박승찬 당시 사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공장을 시찰할 정도였다.

1977년 금성정밀공업 신입사원이었던 김영복 엘씨텍 대표는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안보가 최우선이었고 자주국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임직원들도 우리가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했다. 구미 일대에서도 회사 근무복을 입고 다니면 대접을 받곤 했다"고 회상했다.

호크·나이키 미사일 정비 업무로 시작한 금성정밀공업은 첨단무기체계 국산화에 앞장서며 국가안보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자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국내 방산 성장을 주도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구미에 본사를 둔 한화시스템도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꼽힌다. 1977년 삼성정밀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1978년 1급 방산업체로 지정되며 사업을 시작했다. 1987년 삼성항공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01년 프랑스 탈레스 그룹과 합작해 삼성탈레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14년 '삼성·한화 빅딜'로 한화가 삼성탈레스를 인수했고, 현재 한화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천억원을 투자해 구미에 신규 사업장을 짓고 있다.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엔지니어들이 각종 미사일을 점검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엔지니어들이 각종 미사일을 점검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대포병 탐지 레이더Ⅱ'를 양산하고 있는 모습. LIG넥스원 제공

◆ 글로벌 방산 수출 '다크호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이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구미산 무기체계가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32억달러(약 4조2천528억원)를 들여 구미산 지대공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 수출(35억달러)에 이어 또 한 번의 쾌거다.

'한국판 패트리어트'으로 불리는 천궁-II는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LIG넥스원 구미하우스에서 유도탄과 발사 장비를 생산하고, 구미에 본사를 둔 한화시스템이 레이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를 생산한다. LIG넥스원이 각각의 무기체계를 통합해 최종 완성품을 방식이다.

천궁-II의 가격은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약 4분의 1로 알려져 있으며, 납기가 다른 경쟁 무기체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방산업계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이 생산하는 구미산 무기체계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국에서도 천궁-II,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 등 구미산 무기체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국방혁신 4.0과 구미시의 방위산업 육성 비전을 연계해 차별화된 육성전략을 마련한다면 구미 방위산업은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K-방산 수도 우뚝

구미시는 명실상부한 'K-방산 수도'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우선 지난해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방산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2023년부터 5년간 사업비 499억 원을 투입해 유무인 복합체계 기반 구축을 통한 지역 방위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시청 대강당에서 방위산업 분야 산·학·연·군·관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시 방위산업 육성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방 앵커기관 유치 ▷국방신산업 포럼 개최 ▷구미형 방산 상생협력지원사업 신설 ▷K-방산 컨트롤타워 강화 및 전담조직 마련 ▷구미형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의 과제가 도출됐다. 시는 지역 방산기업 단·중·장기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역량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과 연계한 미래 방위산업 육성에 나서겠다. 올해는 방산·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도전할 방침"이라며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면 세제·재정·정주 여건 등에 걸쳐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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