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 1심 선고, 2년 5개월이나 끌어야 했나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3명이 1심에서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무려 2년 5개월 만이다. 이렇게 끌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이 늘어진 1차적 원인은 형사소송 절차를 최대한 악용한 재판 지연 전략에 있다.

2021년 9월 기소 이후 피고인들은 5차례나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기피 신청에 대한 다른 재판부의 심리 결과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본(本)재판이 중단됐다. 기피 신청이 기각되면 항고·재항고를 반복했다.

5번째 법관 기피 신청을 재판부가 "소송 지연 목적이 분명하다"며 기각하고 선고일을 지난 16일로 잡자 UN에 자신들의 재판 중단과 제3국 망명 신청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UN인권고등판무관실은 특정 회원국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형사소송 절차가 확립된 국가의 재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구제 신청을 한 것은 UN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재판이 부당하다는 여론전을 펴려는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지연된 원인으로 재판부의 단호한 의지 결여도 빼놓을 수 없다. 법관 기피 신청을 네 번이나 받아준 것이 그렇다. 누가 봐도 형사소송 절차의 악용임이 뻔한데도 방치한 것이다. 5번째 법관 기피 신청까지 갈 일이 아니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재판부는 선고 전 이례적으로 재판이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 수가 부족하며 6개월인 1심 재판 구속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합당한지는 그것대로 검토해 볼 일이다.

그러나 판사가 의지만 있으면 재판은 얼마든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가 많다. 2013년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사건 재판이 그렇다. 당시 재판장은 일주일에 네 차례씩 공판을 진행했고, 1심 유죄 선고가 5개월 만에 나왔다. 판사들의 의지 부족으로 간첩 혐의자들이 사법 체계를 농락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사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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