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소방관 순직 화재, 이틀 전 꺼둔 경보기가 피해 키웠다

문경육가공공장 화재 관련 합동조사결과 발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진화에 어려움 겪어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북 문경 순직 사고 관련 합동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브리핑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덕곤 소방청 기획조정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북 문경 순직 사고 관련 합동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브리핑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의 원인은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인해 현장에 쌓여 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29일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 내 육가공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가 구조 작업 중 순직했다.

소방청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관련 합동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 조사 결과, 이날 오후 7시35분쯤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됐다. 불은 상부의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 붙었고 이후 반자(천장을 가려 만든 구조체)를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빠르게 확산했다.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식용유가 발화점(383도) 이상으로 가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 정지시킨 점도 피해를 키웠다. 공장 관계자는 불이 3층으로 확산되고 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다. 하지만 대피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대원이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 등을 위해 건물 양방향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합동조사위원회는 3층으로 진입한 구조대원 4명이 인명 검색을 위해 출입문을 개방하자, 공기가 유입돼 공기 중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고(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순직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고(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순직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으나 순식간에 밀려 나온 강한 열과 짙은 연기, 붕괴한 천장 반자 등 장애물로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됐다. 탈출한 대원 2명은 고립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재진입을 시도했으나 화염과 열기 등으로 실패했다.

이 공장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아연·불소 코팅을 한 강판 사이에 충진재를 넣어 만든 것) 구조인 것도 불이 급격히 확산한 원인이다. 또 주 가연물로 추정된 식용유에 대해 현장에서 정보 전달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등 상황 공유도 미흡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장 대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샌드위치 패널 등 위험 구조물에 대해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재난현장 표준절파(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하고, 현장 대응 필수정보를 신속히 저파할 수 있도록 예방정보시스템과 현장 무선통신 기능을 개선한다. 또 국토부와 협의해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안전기준 강화 등 건축구조·시설물 안전관리 강화도 나선다. 소방공무원에 대해선 지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세세하게 살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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