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정 갈등,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넜나

與 황상무·이종섭 강한 조치 요구…대통령실 “수용 안 된다” 공개 거절
양측 주도권 싸움 선거에 치명타

황상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과 이종섭 주 호주 대사
황상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과 이종섭 주 호주 대사

여당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승리를 위해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다소 민감한 사안인데도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의 소통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자 정치권에선 양측의 갈등이 수습국면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물밑 조율에 실패한 후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공천자 대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며 '이 대사 즉각 귀국, 황 수석 거취 결정'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대통령실은 이 대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여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아울러 황 수석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공개 입장문을 통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한 비대위원장이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의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른바 제1차 당정갈등 당시에도 양측이 물밑에서 의견을 조율하다 여의치 않자 회동 언론에 알리고 '사퇴'라는 단어를 논평에서 사용하면서 여론전을 펼쳤는데 지금 상황이 그때와 같다"며 "상대를 설득이 아니라 제압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와 있어 자칫 양측의 갈등이 격해질 경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도권 선거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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