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나를 위한 흥겨운 인생은 일상 탐구에서부터

우리의 꿈은 자칫 먼 미래에 머무르곤 합니다. 그날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은 마땅히 조연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언젠가 멋지게'가 아닌 '지금부터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꿈을 미루지 않는 삶,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 내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삶의 열쇠는 지금 내 주변에 있으니까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가치를 일깨워 생활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우리에게 일상 탐구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며 의미 있는 삶을 찾도록 도와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의 표지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의 표지

◆ 일상 속 소박한 풍경을 만나 삶의 이치를 배우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박완서 지음)는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입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새롭게 제목을 바꿔 출간된 책입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에세이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책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단하여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의 인상적인 삶의 순간들이 담겼습니다.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어, 초판이 발간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동시대적 재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원고가 추가되는 형식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책에서 비교적 최근 작가의 글은 3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틈', '고추와 만추국',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에는 넉넉지 않은 수입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생활인의 고단함을 담고 있습니다. 표제작인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서는 지나친 사랑이나 까다로운 주문 대신 무게로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주고 싶은 부모의 깊은 애정이 그려집니다. 작가가 된 이듬해에 자신의 포부와 순수한 바람을 담은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에서는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던 박완서 작가의 소박한 소망, 진솔한 마음이 은은히 배어나기도 합니다.

그 외에 1부에 수록된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는 단행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원고로, 한국 문학의 두 거목 박경리 작가와 박완서 작가의 특별한 우정과 유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빠의 청춘'의 표지
'아빠의 청춘'의 표지

◆ 나는 설레는 것이 있나요? 우주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내게 돌아온 질문

'아빠의 청춘'(서영민 지음)은 가장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꿈꾸던 새로운 삶으로 한 걸음 내디딘 한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던 중소기업의 CEO였던 저자에겐 조기 은퇴와 음식 공부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유달리 사건이 많았던 한 해를 보낸 뒤 맞은 새해, 언젠가 이루어질 목표를 위해 일본어 공부와 요리 학원 등록을 감행합니다. 본격적으로 일본 요리를 공부하고 은퇴를 선언하더니, 과감하게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오가던 일본은 이제 그에게는 '외국인 노동자의 터전'으로 바뀝니다. 어학원에서 나이 어린 학생들과 공부를 하고, 주방 막내로 요리를 배우며 양복 대신 조리복이 익숙해지지요.

책에는 저자가 일본에서 겪는 어려움이 사실적으로 드러나는데요. 그는 "돌이켜 보면 분명 힘들었지만 가장 필요한 공부가 되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까지 배울 수 없었던 낮은 위치의 사람이 성장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주방에서 만난 장인들의 모습, 전쟁터처럼 치열했던 그곳에서의 삶은 그에게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동네 술집에서 만난 이웃 사람들과의 인연이나 단골 가게에서 우정을 쌓은 친구와 떠난 사케 양조장 투어 등은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후쿠오카에서 치열하게 1년을 보낸 뒤 돌아와 그는 자신의 가게를 엽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내어줄 수 있는, 저녁이면 정답게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정성이 담긴 요리를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을 꾸미지요. 그리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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