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월의 비둘기적 발언에도 엇갈리는 美금리 전망 [월드 경제 리포트]

리사 쿡 연준 이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신중론 제기
뉴욕 증시 3대지수도 하락세 보이며 숨고르기 들어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시장이 요동을 쳤다. 하지만 미 경제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미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횟수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며 다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지며 시장 요동

연준은 지난 19∼20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한 것인데,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이번 FOMC에서 중요했던 부분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으며 금리가 최고치에 와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또 연준은 올해 말까지 최소 3회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며 2회 인하로 예상치가 조성돼 있던 시장의 전망을 뒤집었다.

연준은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연 4.6%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4.6%로 설정한 전망치와 같다. 금리 예상치가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전망치와 같아지며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금보다는 금리가 0.75%p 떨어져야 예상치에 부합하게 된다. 지금까지 연준은 대부분 0.25%p 단위로 금리를 조정해 왔다는 점에서 3회 금리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에 뉴욕 3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뉴욕증시 3대 지수(다우존스 지수, 나스닥 지수, S&P500)는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같은 날 종가 기준 사상 최고 지수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1.03% 오른 3만9천512.13에 마감하고, S&P500 지수는 전일보다 0.89% 상승한 5천224.62에,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5% 뛰며 1만6천369.41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도 하락하고, 금 현물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8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4.615%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2bp 가량 떨어진 연 4.271%로 장을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천2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 금융가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 금융가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신중론 다시 고개 들며 시장 경색

하지만 환호성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신중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시장이 경색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5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 신중론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쿡 이사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물가안정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으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않지만, 추가 정책조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강한 노동시장 유지에 노력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목표인 2%로 돌아가는 것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틱 총재는 연준의 점도표와 다르게 올해 1회 금리 인하 예상을 강조하며, 연준이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경제가 강하고,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한, 그리고 기업이 고용에 나서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 경로를 유지한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특히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 2월 연간 인플레이션은 3.2%로 연준이 목표로 제시한 평균 2%를 웃돌았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도 25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발 제조업 경기 회복이 미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뉴욕 연은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조업 활성화 노력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통화정책 완화(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알렸다.

뉴욕 3대지수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6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8% 하락한 3만9천282.33을 기록하고 S&P500지수는 0.28% 내린 5천203.58, 나스닥지수는 0.42% 하락해 1만6천315.70로 거래를 마감했다.

◆PCE 물가지수 발표 주목

한편, 현재 증시 상황은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와 파월 의장의 추가 발언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29일 PCE 물가지수가 발표되는데, 시장에서는 3월 FOMC 이후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고 있다. 앞서 올해 1, 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속으로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한 바 있다. 결국 PCE 물가지수에 따라 미 금리 신중론이 힘을 받을지, 시장의 환호성이 다시 시작될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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