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구 중구에 위치한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한 상급종합병원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대장에 문제가 생겨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환자인데 이를 맡을 전문의가 병원 사정으로 없어 다른 병원으로 급히 옮겨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상황실은 응급의료종합상황판과 병원 데이터 등을 뒤져 5, 6곳의 종합병원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여섯 번째로 통화한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환자가 갈 수 있도록 병원을 연결시켜줬다. 구급차는 상급종합병원에 있던 환자를 10여분 만에 상황실이 연결시킨 병원으로 이송했고, 환자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이 대구에 문을 열었다. 지난달 4일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에 임시로 개소한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상황실이 각자의 지역으로 찾아가 문을 연 것이다.
대구에 위치한 경상권 상황실은 대구 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경상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응급환자들의 병원 간 전원을 돕는다.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환자의 전원이 필요한 경우 해당 응급실의 의료진이 상황실에 전원 지원을 요청하면, 환자의 중증도, 해당 병원의 최종치료 가능 여부 및 병원 역량 등을 고려, 권역 내에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연결한다. 최근에는 의료공백 상황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 또는 전문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동시키는 사례가 부쩍 많이 늘었다.
상황실이 하루에 처리하는 응급환자 전원 요청은 평균 10여건이다. 이 숫자가 적어보일 수 있지만 한 건을 처리하는 데 권역 내 수십개의 병원 상황을 확인해야 하고 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모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하루에 10번 겪는다고 보면 적은 숫자라 볼 수 없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정책실장은 "어떤 경우에는 병원을 찾기 위해 25곳까지 통화한 적도 있다"며 "경상권이 지역이 넓고 세부 권역마다 사정이 각기 다른 곳이 많아 전원 의뢰가 타 지역보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실은 24시간 운영되며, 상황실마다 상황의사 1명과 상황요원 2~4명이 한 조로 교대근무한다. 그래서 향후 의사 인력 수급이 숙제로 남아있다.
김정언 실장은 "상황의사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의사들 중 지원을 받아 당직근무 형태로 근무하는데, 의료공백 상황 이후 의사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공중보건의 차출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의료공백 상황이 끝나고 공중보건의가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면 지원할 상황의사를 구할 수 있을지가 상황실 유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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