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복권의 세계…1등 당첨 가짜 비법 난무

◆벼락 맞기 보다는 당첨 확률이 높아
◆로또가 판매액의 90% 차지
◆당첨 위한 특별한 비법 없어

경기 침체 속에 시작된 2024년, 경산 남천둔치에 마련된 '소원성취대'에 시민들이 붙여 놓은 새해 소원지의 모습. '사업 번창 기원', '부동산 대박', '하늘에서 돈이 내리게 해달라' 등 금전운을 비는 소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나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기 침체 속에 시작된 2024년, 경산 남천둔치에 마련된 '소원성취대'에 시민들이 붙여 놓은 새해 소원지의 모습. '사업 번창 기원', '부동산 대박', '하늘에서 돈이 내리게 해달라' 등 금전운을 비는 소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나 로또 복권 일등에 당첨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테오도루스 스트루익(65) 씨는 지난 3월 17억6천500만달러(약 2조4천억원) 복권에 당첨된 후 고향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복권액에 당첨됐다. 미국 파워볼 복권 1등 당첨자가 3개월 가까이 나오지 않아 상금이 누적되면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이 쌓인 덕분이다.

그는 인구 3천100명 마을의 프레지어 파크 마켓에서 정기적으로 파워볼을 구매했다고 한다. 당첨 이후 불안 증세에 시달린 그는 집에 '무단 침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고 두문불출했다고 한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복권을 사서 일주일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2023년 1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권이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인식에 74%가 답했다.

복권이 있어서 좋은 이유로는 '기대나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라고 답한 경우가 40.5%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복권은 우리 일상 생활에 다가와 있다.

◆벼락 맞기보다는 당첨될 확률이 더 높아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당 벼락 맞을 확률은 약 2천500만분의 1인 데 비해 한국에서 주당 로또 맞을 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벼락 맞기가 3배 정도 더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벼락 맞을 확률은 약 50만분의 1이고 이를 52주로 나누면 주당 벼락 맞을 확률은 2천500만분의 1이다.

한국 복권 로또6/45는 45개 번호 중 6개를 고르는 방식이다. 1등 숫자 조합은 하나이지만 가능한 경우의 수는 814만5천60개다. 1등 당첨 확률은 주당 약 800만분의 1이다.

한국에서 로또는 주당 약 1억매가 판매되고 있고, 매주 11명 내외의 당첨자(건수 기준)가 나온다. 수백만 분의 1 확률은 개인 입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일이지만, 수십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한국보다 6배 많은 미국에서는 양대 복권인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1등에 당첨될 확률이 각각 3억분의 1에 불과하지만 당첨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로또 복권이 판매액의 90% 차지

한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은 로또6/45, 연금복권720+, 스피또, 기타 전자복권이 있다. 이중 로또6/45가 전체 복권 판매액의 90%를 차지한다.

로또6/45는 복권 판매점이나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고, 1매당 판매가는 1천원이다. 1등 당첨 확률은 주당 814만5천60분의 1이고, 1억매가 팔릴 경우 예상 당첨금은 19억5천만원이다.

연금복권720+는 총 500만매의 복권이 발행되고(5개조로 이루어져 있으면 조별로 000000~999999까지 100만매), 이중 번호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1매당 판매가는 1천원이고 1주일에 한 번 추첨한다. 1등 당첨 확률은 500만분의 1이며, 당첨금은 월 700만원씩 20년간 지급한다.

스피또는 1매당 판매가에 따라 스피또500, 스피또1000, 스피또2000으로 나누어지며, 구입 후 곧바로 긁어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권 종류에 따라 1회차당 800만매, 2천만매, 4천만매를 발행하고, 이중 2~8매를 1등으로 뽑는 방식이다. 1매 가격에 따라 1등 당첨금 규모가 결정된다.

즉석복권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뒤 곧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거나, 몇 분 주기로 추첨해 1등을 가리는 방식이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제공하며 보통 1등 당첨 확률이 수십만분의 1로 비교적 높은 데 비해 당첨금 규모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구매한 로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구매한 로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복권 판매액 해마다 증가

2023년 복권 판매액이 6조7천억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비를 제외한 순 수익금은 2조7천735억원이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4조2천억원에서 점차 늘어 2021년 6조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판매액을 늘려가고 있다. 발행액도 2023년 7조330억원으로 전년 6조8천898억원보다 약 2% 늘었다.

복권 종류별로는 로또 판매액이 5조6천5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스피또 등 인쇄복권이 6천580억원, 전자복권이 1천25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당첨금은 3조4천837억원으로 전년 3조3천158억원보다 5% 늘었다. 판매액에서 약 절반에 해당하는 당첨금,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를 제외한 작년 순 수익금은 2조6천430억원이다.

이 수익금은 정부가 기금으로 조성해 부족한 세수를 메꾸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복권기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35%는 법정배분사업, 65%는 소외계층 지원 등 공익사업에 활용한다.

로또의 경우 당첨금과 사업비가 각각 판매액의 50%, 7%를 차지하고, 나머지 43%가 기금으로 조성된다. 2021년 기준 당첨금 규모는 판매액 기준으로 1등 24%, 2등과 3등이 각각 4%, 4등 6.8%, 5등 11.2%를 차지했다.

◆1등 당첨 가짜 비법 난무

▷가짜 비법1 : 그동안 안 나온 번호를 노려라, 많이 나온 번호를 버려라

=통계적으로 모든 번호가 당첨 확률에 근접하게 뽑히는 탓에 그동안 안 나온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지만 틀린 추론이다.

2002년 12월 17일 시행된 1회부터 2021년 6월 5일까지 시행된 966회까지 1등 당첨 번호 분포를 살펴보면 1회차에서 1~45번 중 하나가 뽑힐 확률은 45분의 6이다.

총 966번 추첨이 이루어졌으므로 각 번호가 뽑히는 기댓값은 128.8회이며 실제 평균 역시 128.8회였다.

966회 추첨할 경우 95% 확률로 각 번호가 뽑히는 횟수는 108.1~149.5회 이내여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45개 번호 중 5%에 해당하는 2~3개 번호는 108.1~149.5회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실제 9번이 101회, 34번이 150회 뽑혀 108.1~149.5회 범위를 벗어났으며, 단 2개 번호가 기댓값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9번이 기댓값보다 매우 적게 뽑힌 것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짜 비법2 : 셋 혹은 넷 이상 연속된 번호는 나오지 않는다.

=셋 혹은 넷 이상 연속된 번호가 나올 확률은 정해져 있다. 통계상 확률만큼 실제로 로또
에서 뽑히고 있다.

로또 45개 번호 중 6개를 뽑아서 나오는 모든 경우의 수는 814만5천60개이다. 6개 번호 중 3개 번호가 연속된 경우의 수는 42만5천497개로, 확률상 5.22%.

966회 추첨이 이루어질 경우 3개 연속 번호가 나오는 기댓값은 50.5회이며, 95% 확률로 37~64번 사이 숫자가 나올 수 있다. 실제 966회 추첨하는 동안 3개 연속 번호가 나온 경우는 50회로 기댓값과 차이가 없다.

6개 번호 중 4개 번호가 연속하는 경우의 수는 3만1천200개로 0.38% 확률이며, 966회 추첨이 이루어지는 동안 기댓값은 3.7회(범위 0~7.5회)이지만 실제로는 5회 뽑혔다.

▷가짜 비법3 : 특정 숫자 중 1개 이상을 넣어라, 특정 숫자를 모두 고르지 마라.

=로또 번호를 적는 용지에서 좌상단 4개 숫자, 우상단 4개 숫자, 좌하단 4개 숫자, 우하 4개 숫자, 총 16개 숫자 중 1개 이상 숫자가 나온다는 비법이 이에 해당하다.

16개 숫자 중 1개 이상 숫자가 나올 확률은 94.2%로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비법이 마치 대단한 진리인 양 여겨질 수 있다. 45개 숫자 중 6개를 뽑는 것이므로 16개 숫자 중에서는 평균 2.13개가 뽑힌다.

16개 숫자 중 0개가 나올 확률은 5.8%, 1개가 나올 확률은 23.3%, 2개가 나올 확률은
35%, 3개 이상이 나올 확률은 35.8%이다.

비법 전수자들은 특정 번호 군을 찍어주면서 1개 혹은 2개라고 특정하는 대신 1개 이상이라고 모호하게 말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려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숫자나 16개를 고른 다음 이 중 1개 이상이라고 말하면 모두 94% 적중률로 들어맞는 비법이 될 수 있다.

▷가짜 비법4: 명당에서 사라

=1등이 자주 나오는 판매점에서 복권을 사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비법이다.

통계적으로 1등이 자주 나오는 판매점은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다. 1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지 1등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966회 로또 추첨이 이루어지는 동안 6천557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전국 복권 판매점 수는 약 7천곳으로 평균 1개 매장에서 한 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판매점에서 동일한 매수의 로또를 판매할 경우, 확률적으로 특정 판매점에서 0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34%, 1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37%, 2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20%이다.

만약 처음에 운이 좋아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이후 명당으로 소문 나 다른 판매점에 비해 10배의 판매액을 올렸다면 약 10명의 당첨자를 기대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15명 이상의 당첨자도 나올 수 있다.

28일 서울 상암 YTN홀에서 한국장학재단은 복권기금 꿈사다리 페스티벌 개막식을 개최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28일 서울 상암 YTN홀에서 한국장학재단은 복권기금 꿈사다리 페스티벌 개막식을 개최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당첨 확률 높이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로또는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 국가 재정 마련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중산층, 서민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한다. 서민들은 주택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는 등에 필요한 돈을 기대하면서 로또를 구매하고, 중산층은 소액으로 약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는 도박적 특성을 즐긴다.

로또 맞을 희망은 1매당 판매가 1천원 중 약 600원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얻는 대가다. 1천원 중 430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국가 사업에 활용된다. 70원은 사업비로 이용되고, 90원은 세금으로 납부된다. 나머지 410원도 다른 사람들에게 갈 확률이 높다.

로또는 당첨 확률을 높이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 당첨금에 눈이 멀어 헛된 비법에 돈과 노력을 쏟아 붓기보다는 재미 차원에서 소소한 금액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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