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공익 위해서라면 ‘사유재산 침해’ 괜찮나요”

경주 외동읍 연안리 주민 “경북도 도로 신설로 사유재산 침해” 주장
경북도, “굽은 도로 직선화…교통사고 위험 줄이려는 조치”

경주 외동읍 연안리 민원인 주택 위치도.
경주 외동읍 연안리 민원인 주택 위치도.

"도로가 예정대로 만들어지면 집 주변은 도로로 둘러쳐진 '고립된 섬'이 됩니다. 그것도 도로 바닥보다 2m가량 낮은 웅덩이처럼요."

경북 경주시 외동읍 연안리 한 주택에 사는 어머니를 대신해 A씨는 이 같이 하소연했다. A씨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도로 건설로 멀쩡했던 토지가 기존 도로와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 사이에 갇힐 우려에 처했다"며 "수십 년간 축산업‧농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사신 부모님 재산을 부디 지켜 달라"고 했다.

24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도는 '교통의 원활한 흐름과 지역 균형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내남~외동간 도로(지방도 904호)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대다수 구간은 기존 도로를 확장하거나 새로 포장하는 방식, 일부 구간은 기존도로를 대신해 신규 도로를 내는 방식이다.

A씨 부모님 집은 신규 도로가 계획된 곳에 인접해 있다. 주택 마당 앞을 지나는 기존 도로와 더불어 집 뒤쪽 7m 안팎 거리에 새 도로가 생긴다.

게다가 기존 도로와 신설될 도로 바닥면은 주택 뒤쪽 바닥에서는 1.6m 높이, 마당에서는 2m 높이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해당 주택은 고립된 섬처럼 도로로 둘러쳐진 웅덩이 형태가 되고, 토지 이용도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A씨는 우려한다. 경북도가 공익을 내세우며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경북도는 기존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신규 도로를 내는 것에 대해 '굽은 도로를 직선화해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고 주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반면, A씨 측은 도로 신설이 오히려 교통사고 위험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계획대로 300여m 길이의 도로를 신설할 경우 이 도로 양쪽 끝에는 기존 도로와 연결되는 교차로가 들어서게 되는데, 기존에 없던 교차로 2곳이 300m 간격으로 들어서면 교통사고 위험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차로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약 49%를 차지한다.

A씨 측은 '기존 도로 확장'을 주장한다. A씨는 "관련 전문가에게 확인한 결과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방식으로도 설계기준을 충족하는 곡선반경을 만들 수 있는 데도 경북도는 도로 신설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1.5㎞ 떨어진 냉천리 쪽에 선형 개선 필요성이 더 높은 구간이 있는데, 이곳은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경북도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민원인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도로 선형을 봐야하기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이미 도로구역 고시가 됐고 공사 중인 상태여서 계획 변경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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