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운문댐은 물 저금통(Water Banking)

이명주 K-water 운문권지사장

이명주 K-water 운문권지사장
이명주 K-water 운문권지사장

매년 이맘때면 복숭아꽃이 붉게 피고 곧 탐스러운 열매가 익어 가는 청도군에는 늘 묵묵히 지역을 지키며 본연의 기능인 물을 저축했다가 아낌없이 내어주는 운문댐이라는 고마운 존재가 있다.

운문이라는 지명은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구름 운(雲) 자와 문 문(門) 자를 사용하고 있다. '구름이 들어오는, 또는 솟구치는 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은 구름과 비가 많은 곳으로 상류에는 오염원이 거의 없어 항상 깨끗하고 넉넉한 물을 저축하고, 공급할 수 있다. 그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댐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운문댐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 번 살펴보자. 우선 청도 군민들에게 먹고 마시고 씻을 수 있는 상수도 100%를 하루 1만6천t 정도 운문댐에서 정수 과정을 거쳐 공급하고 있다.

이 물은 타 지역에서도 매우 부러워하는 최고로 깨끗한 생활용수이다. 두 번째로는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하류 지역의 농업용수를 영농 시기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또한 과거 갈수기에 흐르지 못했던 동창천이 댐으로 인해 1년 내내 하천 유지수가 흘러 생태계에 안정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좋은 운문댐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까? 우리나라 강수 특성은 지난 52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1천252㎜ 정도로 세계 평균(813㎜)과 비교해 약 1.5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름철에 강수량의 대부분인 55.4%가 집중되어 하천을 통해 바다로 버려지는 물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특성상 물 관리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인 유럽, 미주 등 선진국들보다 우리나라가 더욱 까다로워 관리에 보다 철저한 관심과 기술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도 운문댐이 늘 안정적인 물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댐 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강우 패턴을 분석해 보면 기후 변화로 과거 수십 년 전보다 홍수기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갈수기에는 보다 적은 비가 내려 그만큼 버려지는 물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적어 앞으로 더 많은 물을 저축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가정 경제가 그렇듯이 수입이 많이 생기면 저축(Banking)해 두었다가 수입이 다소 적어질 때 저축한 돈을 꺼내 사용한다. 우리 지역의 물 사정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는 홍수기에는 댐(통장·Water Banking)에 비를 가두어 두었다가 갈수기에 그간 저축한 물을 연중 고르게 보내 풍족하고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게 공급해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운문댐이다.

그러나 현재 운문댐 하류 동창천 정비가 완료되지 못해 댐의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급한 조치와 방안 마련에 지방·중앙정부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물은 희소한 자원이 되고 있다. 조속한 하류 하천 정비를 끝내고 유역-댐-하천으로 이어지는 통합 물 관리 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내주고자 하는 소중한 물 저금통, 운문댐을 100% 잘 활용해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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