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중국, '테쉬알'을 통한 이(利)중국, 득(得)중국전략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 난리가 났다. 중국의 '테쉬알'-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에 무방비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최대의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의 사용자 수가 3천87만 명인데 알리가 887만 명, 테무가 830만 명, 쉬인이 68만 명으로 불과 2년여 만에 쿠팡의 58%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은 C커머스(China Commerce)의 대공습이라고 난리지만 C커머스가 아니라 중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G커머스(Global Commerce)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한국만을 공략하기 위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테무가 전 세계 50여 개국, 쉬인은 150여 개국, 알리는 200여 개 국가에서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 이미 성공한 모델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은 '초저가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 홍수에 중국의 디플레 수출이라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중국은 이미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40년 이상 중저가 공산품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이것도 꼭 맞는 말이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의 중저가 제품 공장은 임금 상승으로 모조리 퇴출됐는데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초저가 제품 성공 비밀은 무엇일까?

코로나와 정부 정책의 헛발질로 만들어진 '대륙의 실력'이다. 코로나 3년간 중국에서는 이동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공동구매가 생활화되고 저가품의 수요가 늘었다. 정부가 알리바바, 징동 같은 1, 2위 플랫폼 기업을 반독점법으로 죽이는 바람에 3위인 핀둬둬가 '테무'라는 초저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경기 불황에 저가 가성비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에 정확히 타기팅해 성공한 것이 중국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CBT·Cross Border Transaction) 기업의 성공 비결이다.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공동구매 모델에서 축적된 거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먹힌 것이다.

또한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중간 마진을 없앤다고 떠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간상이 존재했는데 중국의 초저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위탁 모델'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공장에서 나온 물건을 소비자가 바로 직구매할 수 있는 진짜 'C2M'(Customer-to-Manufacturer) 모델을 만들어 유통 마진을 없애면서 가격을 40~50% 선으로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중국산 초저가 제품의 브랜드나 품질, 안전 문제들 때문에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도 아닌 갓성비 제품이 무슨 브랜드이건 상관없다. 그러나 한 번 쓰고 버리면서 서서히 저가품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적을 모르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한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금기 때문에 중국 특색의 공산주의 시스템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진짜 실력을 잘 모른다. 중국 CBT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 성공의 배후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2018년부터 중국 정부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관련 지원 정책을 20여 개 이상 만들었고, 70여 개 지역에 시범구를 만들고 여기에 9천여 개 이상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CBT 모델은 '테쉬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길 수 없다면 이용하면 된다. 한국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의 갓성비를 이길 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의 플랫폼을 이용해 전 세계와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이 먹힐 만한 국가와 시장, 소비자를 타기팅한 역직구 전략을 제대로 구사한다면 중국의 국경 간 CBT 플랫폼이 한국 중소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시장과 공장을 버리는 탈(脫)중국만 외치지 말고 커진 중국 플랫폼을 활용해 이득을 챙기는 '이(利)중국', 세계 2위로 커진 중국 시장을 얻는 '득(得)중국'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역발상으로 한국의 제조업은 중국의 '테쉬알' 플랫폼을 이용해 중국과 세계로 역진출하는 방법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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