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라리 5월이 없으면 좋겠어요…수요부진에 시름 깊은 칠성꽃시장

어버이날·스승의날 대목에도 실용적 선물 인기
카네이션 매입 26% 줄였는데도 재고 늘어 '골치'
유통단가라도 줄여 활로 찾아야…“지역 꽃 직판장 필요”

대구 칠성꽃시장 길 한 켠에 포장되지 않은 카네이션 수십 송이가 남겨진 모습. 카네이션들은 결국 다 팔리지 않고 9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두나 수습기자
대구 칠성꽃시장 길 한 켠에 포장되지 않은 카네이션 수십 송이가 남겨진 모습. 카네이션들은 결국 다 팔리지 않고 9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두나 수습기자

지난 8일 대구 북구 칠성꽃시장. 카네이션엔 '감사합니다' 문구가 함께 포장돼 손님들을 맞이했지만, 정작 구매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한 손님은 카네이션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가격을 듣고는 자리를 떴다. 한 상인은 손님을 붙잡고 "우리집이 가장 싸다. 여기서 좀 사달라"고 부탁했지만, 오후 4시가 지나도록 형형색색의 카네이션들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어버이날 등 대목 장사가 몰린 5월이지만 꽃 소비가 급감하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타격은 물론 재고부담까지 이중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9일 다시 찾은 칠성꽃시장에선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예상보다 더 팔리지 않았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꽃집 업주 김모(51) 씨는 "재작년보다 작년에, 작년보다 올해 재고가 더 많이 남았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온라인 채널까지 열어뒀는데도 그렇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년 반복되는 카네이션 수요 부진에 꽃시장 상인들도 예년보다 꽃을 적게 사들였던 걸 감안하면 올해 상황은 더 뼈아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어버이날 당일까지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카네이션은 4만8천853단으로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26.1% 감소했다.

특히 꽃을 대량매입하는 도매상들은 카네이션의 판매 부진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칠성꽃시장에서 도매업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전체 꽃 중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꽃들 3%만 버리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멀쩡한 꽃까지 포함해 10%나 버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카네이션보다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분위기로 바뀐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어버이날 선물은 카네이션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상인 이모(50) 씨는 "최근 편의점,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카네이션이 달린 상품을 여럿 내면서 꽃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경기가 나쁠수록 실용적인 선물들이 더 인기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소비량이 줄고, 유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의 변화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단가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방식 효율화가 필요한데, 대구의 경우 인근에 꽃 공판장이 없어 이마저도 어렵다.

이광열 대구화훼협동조합 이사장은 "소비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일단은 단가인하가 급선무"라며 "지금은 경북 농가에서 출하된 꽃이 서울 공판장을 거쳤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오니 유통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에 꽃 공판장이 있으면 지역 상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