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시한부 남편·지적장애 아들…“복지제도 일찍 알았더라면”

19살 나이 차이 극복하고 결혼, 무허가 건물서 신혼생활
간경화 말기 남편, 치아 10개 발치 아내…병원비 없어 치료 미뤄
2세 수준 지적장애 아들 지속적인 치료·교육 필요해

지난 18일 이기찬(가명·72) 씨가 아내 송도연(가명·53) 씨와 아들 선우(가명·15)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18일 이기찬(가명·72) 씨가 아내 송도연(가명·53) 씨와 아들 선우(가명·15)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박성현 기자

대구 동구 공항시장 인근 한 골목길. 가내수공업 공장 모습을 띈 몇 개의 점포들 사이로 사무실을 개조한 듯한 이선우(가명·15) 군 가족들의 집이 있다. 사실상 대문 역할을 하는 철제 여닫이문 뒤로는 세 가족이 매일 먹어야만 하는 약봉지들과 대·소변을 못 가리는 선우의 기저귀, 휴지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오후 4시쯤. 낮과 밤이 뒤바뀐 선우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자 아버지 이기찬(가명·72) 씨가 그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검붉은 색깔의 끈을 선우 허리에 한번, 기찬 씨 손목에 한번 감아야만 이들은 외출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선우가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지 알 수 없어서다.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2살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 아들을 애처로이 쳐다본다. 한평생 일만 했어도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없는 데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솟구친다. 아들의 허리와 그의 손목에 있는 끈이 조금만 더 오래 이어지길, 본인은 고사하고 아내 송도연(가명·53) 씨라도 건강을 회복하길...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소원을 빈다.

◆ 나이 차이 극복한 결혼...산속 무허가 건물서 생활 이어와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았던 기찬 씨가 대구에 정착을 한 건 20년 전쯤이다. 당시에 사과 밭일과 추어탕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그는 동네에서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일도 잘하는 데다 술, 담배 등도 멀리해 사람들의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이다. 서글서글한 인상도 한몫했다.

그러다 2008년쯤 그는 추어탕 집 딸이었던 도연 씨와 사랑에 빠졌다. 나이 차이는 컸지만 기찬 씨의 듬직한 모습에 도연 씨가 깊게 의지했던 것이 컸다. 기찬 씨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는 도연 씨를 옆에서 계속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함께 살며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던 둘은 이내 곧 혼인신고를 하고 아들 선우를 낳았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도연 씨는 임신 중에도 '임신중독증'에 걸리는 등 몇 차례 위기를 겪었다. 이때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은 수술비가 없어 자연분만을 위해 일주일간 진통을 버티다 선우를 낳았다. 태어날 때부터 부정맥 증세가 있던 선우는 얼마 안 돼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부부에게는 마땅한 주거공간도 없었다. 이들은 기찬 씨가 일하던 야산 속 사과밭 옆에 딸린 무허가 건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기찬 씨가 원래 하고 있던 일들도 끊기기 시작했고, 그는 분유값을 벌기 위해 매일 일용직을 전전했다.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날들이 이어졌고 가족 외의 사람들과 소통을 할 기회도 없었다.

◆ 복지 사각지대 발굴됐지만...가족 모두 건강 '빨간불'

사실상 세상과 단절하던 이들은 2017년이 돼서야 산을 떠나 다시 도시로 올 수 있었다. 기찬 씨가 선우 학교 문제로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던 게 단초가 돼 복지 사각지대 사례로 발굴된 것이다. 이들은 지자체와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으로 보증금을 마련해 셋방살이를 시작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도 등록됐다. 정상적인 등·하교가 불가능했던 선우에게는 주 2회 방문교사의 순회교육이 이어졌다.

이제 막 국가 복지체계 속으로 들어왔으나, 이미 이들의 건강상태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30대 때부터 간이 안 좋았던 기찬 씨는 현재 간경화 말기에다 간암, 신장염까지 앓고 있다. 초기에 병을 치료했어야 하나 병원비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이식을 해줄 가족이 없어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식이요법과 약물로 통증을 견뎌내고 있다.

병원 진료가 시급한 건 도연 씨도 마찬가지다. 허약체질로 20년 넘게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충치로 치아 10개를 발치했다. 임플란트 또는 틀니 착용이 시급하지만 의료비 부담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선우도 지속적인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 언어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선우는 종이 등 영양가 없는 것을 반복적으로 먹는 '이식증' 증세와 뇌전증 등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 중이다.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벽지를 뜯거나 머리를 박는 등 공격적인 성향도 보이고 있어 24시간 내내 도연 씨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현재 이들은 약 140만원의 정부보조금에 의지해 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기찬 씨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거나, 폐지 등을 주워왔지만 최근엔 건강이 악화돼 이마저도 어렵다. 보험 혜택을 받는 도연 씨와 선우의 약값과는 달리 기찬 씨가 먹는 약은 비급여라 한 달에 45만원이 든다. 선우 기저귀 값마저 부족해 매일 2번씩 세탁기를 돌리는 게 일상이다.

멀쩡한 몸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던 기찬 씨에게 무서운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만 있다. 아내 건강도 회복시켜야 하고, 선우에게 살아갈 방법도 알려줘야 하는데 통증은 점점 만성이 돼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찬 씨는 밝은 표정으로 가족을 바라본 뒤 희망을 찾아 또다시 몸을 움직인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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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간병으로 생계 막막 조창호 씨에게 2,364만원 전달

치매 앓는 어머니 돌보다 우울증·공황장애 시달리는 조창호 씨(매일신문 5월 7일 10면 보도)에게 2천364만8천01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전우식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강지원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마에 삶 빼앗긴 김병국 씨에게 2,365만원 성금

수술 어려운 간암 4기 진단받아 치료비 부족한 김병국 씨(매일신문 5월 14일 10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130명의 독자가 2천365만3천30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포항하우방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경북장식철물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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