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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유튜브 ‘내시십분’ 김영민의 싸움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우파 성향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을 운영하는 개그맨 김영민 씨가 "거침없이 걸으면 걸을수록 아군은 안 나타나고 적군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이 길…. 나라 걱정에 며칠 휴가 내고 울부짖고(1인 시위를 하고) 오니, 국민의힘 당직자 및 정치인들의 격려나 답변은 놀랍게도 0건이었고, 직장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반대 '1인 삭발 시위'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좀처럼 맞서 싸우지 않는다. 중요한 이슈라도 자기와 직접 관련 없으면 나서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예민한 이슈에 참전했다가 반대 진영의 파상 공세에 맞닥뜨리면 함께 싸워 주는 동료가 드물고, 결국 '부적절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터지면 정면 대응은커녕 회피하는 당 지도부의 수세적 태도가 그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의욕이 앞선 면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최대 69시간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등은 공론화 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새 제도나 개혁은 장점과 문제점을 함께 지니기 마련인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으르렁'대기만 하면 물러서니 장점 크기, 단점 극복 가능성, 시행 시점 등을 면밀히 따져보지도 못한 것이다.

대한민국 우파는 건국과 산업화를 주도하며, 가난하고 허약하고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나라를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작금의 우파는 대한민국 비주류가 분명하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주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우파 정당의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우파가 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첫째는 '새마을운동'처럼 나라를 이끌어 갈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사이 좌파는 손쉬운 '포퓰리즘' 공세를 퍼부었다. 공감할 '시대정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은 '네가 가난한 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나쁜 놈들이 너를 착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네 삶을 보장해 주겠다'는 구호에 쏠리기 마련이다.(그 폐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이성(理性)적 접근'으로 일관한 결과라고 본다. 이성과 논리만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욕구가 다양한 국가를 이끌 수는 없다. 전장에서는 무기도 중요하지만 병사들의 사기 역시 매우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윤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등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감성적 접근에 실패한 것이라고 본다. 현 상태의 '폐단' 또는 '피해'를 먼저 충분히 알리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내부적으로만 파악한 폐단을 근거로 대책부터 던졌기 때문이다.

셋째는 '치열함 부족'이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좌파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많아도 우파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좌파 정치인을 지지하면 응원과 돈이 쏟아지지만 우파 정치인을 지지하면 응원은 뜨뜻미지근하고 '대깨문' '개딸' 등이 벌 떼처럼 달려들기 때문이다. 좌파 유튜버는 격렬하게 싸우면 응원과 돈이 쏟아지는데, 우파 유튜버는 격렬하게 싸워도 '좋아요' 클릭 한 번이 끝이다. 오죽하면 김영민 씨가 "구독료 안내를 하면 구걸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할까. 치열하지 못한 것은 우파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파 국민들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파가 밀리고, 한국의 미래가 어두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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