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떴다방의 추억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대구 한 신축 아파트 견본주택에 1만 명가량이 몰렸다고 한다. "대구에서 집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는 방문객 반응도 나왔다. 올해 아파트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이 꿈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1분기 대구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4분기보다 약 20% 늘었다고 한다.

돌아서면 아파트 한 채 값이 억 단위로 뛰던 이른바 '부동산 호황기'가 있었다. 기사 제목마다 '떴다방 기승'이 도배하다시피 했다. 떴다방 등장은 아파트값 상승 신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떴다방은 분양권 전매 브로커 조직을 일컫는 말이다. 건설사나 시행사로부터 미분양·미계약 아파트 물량을 받아 매수자가 나타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거나, 청약 당첨자와 실제 매수자를 연결해 주는 불법 전매를 했다.

집값을 예측할 수 없으니 누가 손해인지는 훗날 판단할 몫이었다. 떴다방을 통해 웃돈 주고 집을 사서 양도소득세 빼고도 큰돈을 만졌다는 사람도 있고, 막판에 물려서 중도금과 막대금 대출 이자를 갚느라 피눈물을 쏟았다는 사람도 있다. 공급 폭탄 시기에도 저금리 호황에 속아 미분양 아파트를 '잔반 처리조'처럼 사들인 사람도 있었다.

지방 인구 소멸을 막으려면 지방에 공급하는 통합공공임대주택에 다양한 부대 복리시설과 생활 사회간접자본을 같이 조성해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일본 소도시 사례를 들며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사회복지관뿐 아니라 유치원, 공유 오피스, 실내 체육시설, 반려동물 놀이터, 병원, 고령자 재활 및 활동 시설 등도 함께 조성하면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런데 지방의 젊은이들도 공감할까. 아파트 단지에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교육 환경, 일자리가 없다면 매력적일까.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쳐도 인구 감소 시대에 과연 해법이 될까.

주택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예전 같은 거품의 시대는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금리 변동과 주택 공급량에 따라 집값이 뛸 수도 있다. 그러나 투기 대상으로 집을 사려 한다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떴다방은 추억 속에 묻어 두자. 필요에 의한 건전한 부동산 시장이 자리 잡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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