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사를 치르다 보면 말도 많고 탈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사전에 세심하게 점검하고 변수를 따져보는 등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주최 측이 할 일이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26일(한국 시간) 열렸는데 여전히 이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은 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열렸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으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양쪽 강변에 임시 관중석을 설치하는 등 센강을 중심으로 행사를 치렀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강 주변의 각종 예술, 문화 시설은 개막식의 배경이 됐다.

이번 개막식은 커다란 예술 공연으로 승화됐다는 게 프랑스 측 얘기다. 새롭고 신선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수선하게 느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수단 입장 장면을 나눠 보여주며 그 사이 공연을 배치해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불만도 나왔다. 현장에선 빗소리 탓에 가수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렸다.
주최 측은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둔 덕분에 행사가 더 빛을 발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날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관중석은 어수선해졌다. 화면으로 개막식을 지켜본 파리 교민 이진호(46) 씨는 "선수단이 입장하는 중간 중간 성화 봉송 장면을 비추고, 또 공연을 보여주는 등 혼란스럽고 산만했다. 일상이 불편한 걸 참았는데 겨우 이거냐"고 했다.

이미 보도가 나간 것처럼 선수단 입장 때 한국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소개했으나 북한으로 잘못 불러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또 올림픽 오륜기가 거꾸로 게양, 섬세하지 못한 운영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개막식은 종교계도 흔들었다. 개막식에서 여장 남자(드래그퀸) 공연자들이 '최후의 만찬' 속 예수의 사도로 등장했고, 거의 알몸을 드러낸 가수도 있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쓰인 '콩시에르주리'의 창문에서 잘린 머리를 두 손으로 드는 모습도 연출되는 등 개막식 공연들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후의 만찬에 대한 조롱이 역겹다. 극악무도하고 경박하다"며 "그들이 이슬람에 대해선 이렇게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주교회도 성명을 내고 "(이 장면은) 기독교를 조롱하고 비웃는 것이었다. 깊이 개탄한다"고 했다.
메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도 비슷했다. 이름을 밝히기 어렵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새롭고 다양한 걸 보여주려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너무 무리했다. 종교계가 반발할 만하다. 필리프 카트린(가수)이 거의 나체로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것도 과했다"고 했다. 카트린의 모습은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출한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을 내려버렸다. 또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리려는 의도였다. 어떤 종교계든 무시하려는 생각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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