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를 둔 경북의 한 지방자치단체 부부 공무원 이야기다. 공무원 A씨는 2022년 초 셋째 자녀를 출산한 아내가 그 이듬해 복직하면서 자신도 1년여간 육아휴직을 한 뒤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에 맞춰 복직 신청을 했다.
이후 A씨 부부에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발령지가 소속 지자체가 아닌 타 지자체 파견이었던 것이다. 결국 A씨는 30개월 된 막내를 포함한 세 자녀 양육을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어, 매일 차량으로 1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 B씨는 무보직 6급인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 B씨는 복직 당시 자신보다 늦게 6급으로 승진한 직원은 보직을 받은 반면 자신은 여전히 보직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방공무원법 제63조는 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상 불이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당수 공무원들도 육아휴직을 하면 근무 평정, 승진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휴직을 꺼리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승진이 중요한 공무원 입장에서, 특히나 남자 직원들은 육아휴직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육아휴직 활용은 중소 영세기업에서 더더욱 녹록지 않다. 법으로 엄연히 보장됐다고는 하지만 대체인력 확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가면 그만큼 남은 직원의 업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남은 동료와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79조9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썼다. 역대 정부는 물론 현 정부는 각종 재정 지원책은 물론 출산을 꺼리게 하는 경제·사회 구조를 바꾸는 처방을 내놓으며 '아이를 낳아라'고 외친다. 하지만 이 방법만이 최선일까.
하지만 여기서 빠진 게 있다. 육아에 대한 시선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포스코엔 요즘 육아휴직이 없다고 한다. 자녀 양육을 위해 신청하는 휴직 자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포스코는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달부터 '육아휴직'이라는 용어를 '육아몰입기간'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육아휴직이 자칫 쉬러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직원들의 조언에 따라,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직원들이 편하게 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내부 호응도 좋다고 한다.
공무원 A씨 사연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A씨가 속한 지자체는 파견 자리에 적합한 직원을 배치했을 뿐 불이익을 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다자녀 가정이란 점은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복직자의 인사 고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화된 장치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복직자가 복직원을 제출할 때 공식화된 문서로 희망 부서와 희망 사유를 써 내도록 하는 식이다.
출산이나 육아를 편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 이를 향해 공직사회부터 조금씩 바꿔 가길 기대한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식 대책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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