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집사들이 바쁘면 고양이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일상 속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가정에서 해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이나 음식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실
고양이 혓바닥은 까끌까끌하다. 혀에 뾰족한 돌기가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확대해서 보면 갈고리처럼 생겼다. 사냥한 작은 새나 설치류의 뼈 사이의 살고기들을 잘 발라 먹을 수 있게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아 공대 노엘 박사 연구팀은 고양이 혓바닥 움직임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고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분석한 결과 혀 돌기 모양이 원뿔이 아니라 안쪽이 U자 형태로 파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므로 물이나 우유같은 액체도 효율적으로 마실 수 있다.
문제는 이 돌기가 목구멍 쪽으로 향해 있어서 길이가 긴 실타래, 악기줄, 노끈 등을 핥기 시작하면 뱉어내지를 못해 끝까지 삼킨다. 삼킨 이물질이 소장을 통과하면서 장이 꼬이고 급성 장파열과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장 절개술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나 낚시꾼들이 무심코 버린 바늘 달린 낚시줄은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전기레인지
"또 고양이 인덕션 사고인가? 다가구 주택서 화재사고 발생".요즘 혼자 남겨진 고양이가 화재를 발생시켰다는 뉴스를 쉽사리 접하게 된다. 원터치 전기레인지를 건드리거나 전자레인지에 올라가 집요하게 다이얼을 만지면서 기기를 작동시켜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에이 설마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버튼을 누르겠어? 의심스럽겠지만 실제로 미국 오리건주 한 가정집의 벤틀리라는 고양이 영상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기는데 힘이 얼마나 센지 전자레인지가 통째로 움직일 정도이다.
따라서 외출 전에는 미리 전원 코드를 뽑아두거나 안전 잠금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전기 전선
아기 고양이는 생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이갈이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호기심도 가득해지는데 휴대폰 충전기 선을 자근자근 씹는 경우가 있다. 선이 끊어지면 충전기를 새 것으로 하나 사면 되지만 문제는 콘센트에 꽂혀 있는 경우 감전의 위험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전선 안전커버로 덮어주거나 쓴맛, 신맛이 강한 성분을 스프레이로 뿌려두어서 불쾌감을 유발시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베란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별로 안 다친다? 실제로는 높은 층에서 낙상하여 다치는 사고들이 의외로 빈번하다. 이럴 경우 골절이나 장기 파열이 발생하는 심각한 경우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베란다는 고양이에게 위험한 장소가 된다. 특히 베란다 창문을 잠시 열어두거나 방충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창 밖에 작은 새라도 다가온다면 앞 뒤 분간을 하지 못하고 뛰어들게 된다. 코숏, 러시안블루 같은 날렵하게 사냥감을 잡는 기질이 강한 고양이 일수록 꼭 주의를 해야 한다.
◆에센셜 오일
에센셜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한 고농축 오일이다. 가끔 아내가 아껴쓰던 에센셜 오일을 남편이 모르고 스킨로션처럼 왕창 발랐다가는 큰 일이 난다. 고양이에게 에센셜 오일은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천식이나 심장병, 간부전이 있는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디퓨져 형태의 에센셜 오일도 보호자 옆에 있던 고양이가 흡입할 경우 개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형적인 육식 동물인 고양이는 식물에서 유래된 독성에 대한 간해독 능력이 반려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톤치드, 탈취제, 방향제, 인센스, 향초 등도 주의를 해야한다. 가족들이 느끼는 기분 좋은 향이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에 비해 고양이의 후각이 수 만배 이상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모래도 잘 선택해야 한다. 배변 냄새를 가리기 위해 인공적인 향을 가한 제품은 고양이에게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장기간 향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상업용 향료를 과다하게 첨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양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역스러운 냄새이다. 또한 털에 묻은 모래 성분들은 자연히 입을 통해 섭취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기가 많이 나는 고양이 모래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식물들
백합은 고양이에게 치명적이다. 만약에 고양이가 백합을 먹게 된다면 24~72시간 이내에 신장이 급속히 나빠져서 신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보통 백합은 꽃꽂이에 쓰거나 화환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데 튤립 등의 백합과 식물은 모두 고양이에게는 독성을 유발시킬 수 있다.
고양이가 백합꽃이나 줄기를 직접 먹는 경우는 희박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꽃가루를 흡입하거나 털에 묻은 꽃가루를 그루밍하게 되면 큰 일난다. 따라서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 백합을 선물하는 것은 큰 실례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백합 향기만 맡아도 중독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관상용 덩굴 식물도 위험하다. 아이비같은 실내 덩굴 식물은 활동적인 고양이들의 사냥 본능을 유발시키는데 살랑살랑 늘어진 잎을 캐치하려다 일부를 섭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심한 점막 자극이 유발되며 침흘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알로에는 껍질 부분에 함유된 사포닌(Saponins)과 알로인(Aloin) 성분이 고양이 위장관 점막을 자극시킬 수 있다. 침흘림, 구토, 설사, 식욕부진, 무기력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데 다행인 점은 시중에 판매되는 알로에 젤이나 알로에 음료에는 이러한 성분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이처럼 대부분의 관상용 실내 식물들은 고양이가 먹을 경우 독성을 초래한다. 전형적인 육식 동물인 고양이는 식물성 유래의 독성에 대한 간해독 능력이 반려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육 식물인 제이드, 관상용 식물인 알로카시아, 마이안느, 포인세티아 같은 식물들도 고양이가 섭취를 하면 해를 입을 수 있다.
◆조명
가끔 집사들의 눈에는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 고양이가 허공을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눈으로 좇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십중팔구는 작은 날벌레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움직이는 물체를 볼 수 있는 동체 시력이 4배는 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그냥 눈으로 볼 때는 괜찮다가 주사율이 높은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화면 속 TV의 깜빡거림이 관찰된다. 이것이 플리커 현상이다.
주사율이 높은 시력을 가진 고양이에게 조명등의 낮은 주사율은 고문일 수도 있다. 사람은 부드러운 조명에 편안하게 책을 읽지만 고양이는 계속해서 깜빡이는 조명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거 형광등이나 백열 전구의 깜박임이 무척이나 신경쓰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을것다. 최근에 플리커 프리 LED조명이 판매되고 있으니 밤에도 혼자 지내야 하는 고양이를 위해 조명을 바꿔주는 것은 좋다.
◆먹을 것들
최근에 개와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늘면서 개와 고양이가 서로 남의 사료를 먹으려해서 걱정이라는 질문을 자주 접한다. 개의 입장에서는 고양이 사료가 더 맛있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육식 동물인 고양이를 위해 단백질과 지방 함량을 개사료보다 월등히 높여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가 고양이 사료를 빼앗아 먹을수록 개는 과영양 대사로 인해 살이 찔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췌장염, 담낭염, 신부전 등의 질병이 있는 개에게 고양이사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고양이가 개사료를 좋아한다면 식감적인 요인과 개사료 속에 더 많이 함유된 당질 성분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는 가공된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료를 제조할 때 함께 넣어서 영양학적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한가지 성분이 문제가 되는데 그것이 바로 타우린이다. 개는 스스로 타우린을 합성시킬 수 있는데 고양이는 반드시 사료를 통해 섭취해야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고양이가 개사료만 장기적으로 섭취를 하게되면 타우린 결핍으로 인해 시력 상실과 심장병이 발생할 수 있다.
포도는 개와 고양이 모두에게 독성을 가진다. 아직 정확한 원인 성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신부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식 동물인 고양이가 식물성 독성인 포도에 더 치명적이지만 의외로 포도중독으로 내원하는 동물은 개가 훨씬 많다. 개는 단맛을 후각적으로 인지함과 동시에 식탐을 느끼는 반면 고양이는 단맛이나 과일에 대한 호감이 훨씬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유입니다. 우유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은 아니다. 특히 고양이가 어른으로 자라면 우유 속에 있는 유당(락토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인 고양이들이 많다. 우유를 먹으면 소화장애와 복통,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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