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장수'(有病長壽)의 시대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으나 만성질환을 비롯한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도 덩달아 늘었다. 일상 속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쉽게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습관을 고쳐 발병률을 현격히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구기업 '지비소프트'(GB 소프트)는 카메라만으로 생체신호를 상세하게 측정하는 솔루션을 개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 출발점이 된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
박기범 지비소프트 대표는 지난 2017년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였다.
그는 "당시 건설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안전사고가 적지 않았다. 특히 고령층,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던 시기였는데 소수의 관리자들이 현장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이상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지비소프트의 솔루션은 접근성, 편의성이 높다는 강점을 지닌다.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누구나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발 단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대중의 수용성을 높여 일상 어디에서나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어르신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도 사용법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은 스마트폰 등 카메라 렌즈만 있으면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측정 항목을 다변화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가전제품을 비롯해 우리 일상 전반으로 활용 폭을 넓힐 계획"이라며 "다만 초창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는 혈압 측정계도 처음 공개됐을 때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았지만 점차 일상에 스며들었다. 간접경험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가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지비소프트가 비접촉 생체신호 측정 기술을 적용하려는 분야는 크게 ▷근로현장 ▷모빌리티 ▷의료 ▷라이프 등 총 4가지로 구분된다. 각 분야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시스템을 차용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빠르게 외연을 확장해 향후 관련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창업의 계기가 된 건설현장은 물론 다양한 제조현장에도 지비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적용되고 있다.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이 중심이지만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러브콜, 글로벌 진출이 목표
지비소프트는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유명세를 탔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첨단기술 박람회인 'CES 2024'의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지비소프트 기술이 적용된 미래 모빌리티가 전시된 바 있다.
현대차가 선보인 차세대 모빌리티 '다이스'(DICE)는 수요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전 자율주행 모델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생체신호를 측정해 운전자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지비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더해져 화제가 됐다.
운전자의 맥박과 산소포화도를 파악해 운동을 추천하거나 알맞은 장소로 안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컨디션을 분석해 조명 분위기를 바꾸거나 알맞은 방향제를 뿌리기도 한다.
현재 지비소프트는 통신, 가전제품,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에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프랑스, 태국 등 해외 의료기관과 협업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체코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현지 진출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확실한 비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용을 할 때 기술적으로 특출난 스펙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쏟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부족함이 있더라도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더 큰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소속된 조직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발전도 있다는 생각이다. 저 역시 모르는 게 많고 앞만 보고 가다 보면 놓치는 게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다독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기범 대표는 정도(正道)를 걷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쉬운 길을 가고자 한다면 당장 이익을 챙길 수 있어도 장기적인 생존은 불가능하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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