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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내린 까닭은…늦어지는 내수 회복에 고금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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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악영향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수출 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적시에 내리지 않으면 내수 경기 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이었다.

하반기 들어 물가 지표가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에 나선 점도 금통위에 운신의 폭을 넓혀준 측면이 있다.

다만, 금통위의 이번 결정이 최근 강도 높은 거시건전성 규제로 다소 둔화한 주택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을 지필 여지도 있어 향후 파급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내수부진·물가안정 고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며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을 새로 썼다.

이런 고금리 기조는 우리 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워왔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고금리로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점을 거론했다.

이어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달라는 메시지를 한은 측에 지속해서 발신했다.

금리 인하 덕분에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이 줄고 상품 소비나 건설 투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에도 생기가 돌 수 있다는 게 세간의 기대였다.

물가 지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점은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전년 동기 대비)로 집계돼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9%로 2%대에 진입했고 8월에는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인 2.0%까지 낮아졌다.

특히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0%로 내렸고,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 가격을 반영한 생활물가도 1.5%로 안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일찍이 8월부터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금통위도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밖에 미 연준이 지난달 빅컷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 한미 금리차가 2.0%포인트(p)에서 1.5%p로 축소됨에 따라 이달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초반대까지 내렸다.

◆가계부채 급증 뇌관

금통위가 지난 8월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금리 동결의 첫 번째 이유로 꼽은 만큼 이번 인하 결정에도 그 이후 가계부채 흐름이 핵심 변수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권이 대출 억제 방안을 쏟아내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꺾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5조6천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5월(5조2천278억원)이나 6월(5조3천415억원)보다 크지만, 7월(7조1천660억원)이나 8월(9조6천259억원)보다는 눈에 띄게 줄어든 증가 폭이었다.

금통위는 뚜렷한 변화를 기다렸다가 통화정책을 전환(피벗)하기는 너무 늦다고 보고, 한 달 남짓이 짧은 데이터를 놓고 금리 인하를 '결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피벗 시점에 대해 "가계부채 상승 모멘텀이 확실하게 둔화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계대출이 이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달 한 달 동안 5대 은행에서 하루 평균 3천451억원이 신규 취급됐다.

이는 8월(3천596억원)보다 4%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제외하면 일평균 3천934억원으로 8월에 이은 역대 최대 증가 폭이었다.

금융당국이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값 급등이나 가계부채 급증 위험의 뇌관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를 0.25%p 내리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0.43%p 높아지고, 서울 상승 폭은 0.83%p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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