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모두가 잘사는 세상…신협이 꿈꾸는 세상"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2024.10.11. 신협중앙회 제공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2024.10.11. 신협중앙회 제공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을 만난 지 2년이 지났다. 그사이 그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올해만 해도 7월에는 세계신협협의회(WOCCU) 이사 4연임에 성공했고, 지난달에는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최초 4연임 회장(매일신문 9월 10일 자 15면 보도)이 됐다.

소회를 듣고자 10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신협중앙회관을 찾았다.

연이은 성공에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하건만, 김 회장은 스스로를 낮췄고 만면에는 사람 좋은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그의 입에서 나온 "수치가 아닌 사람이 신협의 가치"라는 말에 믿음을 더했다.

-대기록 달성을 축하한다. 세계신협에서 한국신협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있을 텐데 앞으로 한국신협을 어떻게 이끌 생각인지?

▶이번에 엄청난 성과는 한국신협 공동체의 것이다. 세계 최빈국 신협에서 2024년 6월 현재 866개 신협, 자산 151조원 규모 국내 대표 금융협동조합이자 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한 한국신협의 발전에 주목한 것 같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 WOCCU의 코로나대응위원장을 맡아 마스크 11만3천장을 세계 각국에 보급하는 등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세계신협의 경영 전략 수립을 주도했다. 또 네팔, 필리핀, 몽골 등 개발도상국에 신협법 제정 및 예금자보호제도 신설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는 등 아시아신협 공동체 발전에 힘쓴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협은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시중은행과 어떤 차이가 있나?

▶시중은행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주식을 외국계 자본이 갖고 있다. 주주 배당금이 국부 유출인 셈이다.

신협은 조합의 이익을 모두 조합원과 지역사회로 환원한다. 전국 신협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조합원을 위한 복지·사회사업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이 사는 지역사회는 나날이 더 행복해진다.

운영 방식도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은행과 달리 신협은 조합원이 주인이자 이용자 겸 경영인이다. 독점적 지배권을 원천 차단해 공평하게 1인 1표를 행사한다. 민주주의와 같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수익성 저하로 점포수는 물론 자동화기기도 줄이는 상황인데 신협은 어떤가?

▶작년 한 해 5대 은행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지점이나 출장소를 폐쇄한 예가 126개가 된다.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서는 철수했다.

하지만 신협 점포는 2019년 1천658개에서 지난해 1천694개로 오히려 늘었다. 서민금융, 지역 밀착형 금융인 신협은 수익 논리에 따라 무작정 점포를 줄일 수 없다. 오히려 시중은행 철수로 인한 노인, 농·어민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공백을 메워야 한다. 마이너스를 감수하고라도 조합원 편의를 위해서 지점을 내어야 한다. 그런데 지점을 내어 손실이 생길 게 뻔한데 어느 조합이 지점을 내겠느냐. 그래서 중앙회는 조합이 지점을 냈을 때 리스크를 지원해 준다. 신협중앙회가 많은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갈수록 협동조합의 '휴먼뱅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며, 상업은행과 격차를 키워갈 것이다. 지금은 시작이라 잘 못 느끼겠지만 10년 정도 지나고 나면 일반 국민, 특히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이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정부도 금융 소외지역에 지점을 개설하는 조합에 혜택을 많이 줘야 한다.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사진은 김 회장이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신협중앙회관 9층 회장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 하는 모습. 2024.10.11. 이수현 기자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사진은 김 회장이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신협중앙회관 9층 회장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 하는 모습. 2024.10.11. 이수현 기자

-최근 '상호금융과 시중은행은 다른 규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소비자가 듣기에 얼핏 위험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좇아 영업하는 것과는 달리 상호금융기관은 조합원에게 금융 및 생활 편의를 제공해 조합원 복지를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신협도 한국전쟁 후 성행하던 고리대금 사채를 타파하려고 천주교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서민과 중산층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특히 상호금융의 부동산업이나 건설업 대출자금은 서민주택을 공급하는데 주로 쓰인다. 상호금융에서 자금 공급을 차단하면 부동산업 및 건설업을 하는 영세 개인사업자와 중소형 법인이 고금리 금융권 또는 제도권 밖으로 밀려, 차주의 금리 부담을 가중할 것이다. 개인사업자나 중소형 법인은 사업할 수가 없다. 외려 서민용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호금융기관 고유의 금융 기능과 조합원과 관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은행과 같은 규제 적용은 무리가 있다. 세심한 정책 결정으로 상호금융 맞춤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 시중은행-협동조합 간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이익금 순환 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선진국처럼 협동조합 금융이 리테일 금융을 주도하는 그런 시대가 와야 한다. 우리 젊은 세대가 '영끌'해서 아파트 사면, 그 금융 비용의 70%가 밖으로 나가게 해서야 되겠나. 시중은행은 기업 대출 같은 산업금융에 집중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서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서민금융을 짊어진 협동조합이 담당하면 된다. 주담대만큼 리스크가 적은 금융 서비스를 시중은행이 맡을 필요가 없다.

-상호금융을 통괄하는 협동조합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여러 차례 냈는데 방금 이야기 연장선상인가?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수협 등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상호금융' 철학을 공유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로 다른 법을 기반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관장하는 정부 주무부처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규모의 상호금융 조합이라도 적용받는 규제가 다르다. 자연히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비교하면 체계가 느슨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리끼리 "저희도 안전합니다. 시중은행 말고 우리한테 맡겨주십시오"라고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국민이 신뢰해야 금융 소비자가 시중은행이 아닌 상호금융에 돈을 맡기지 않겠나. 이 때문에 상호금융권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 만들어져 감독도 철저히 하고, 정책자금 등 서민 지원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지역도 관심이 필요한 곳이다. 신협이 지역 소상공인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그리고 지역에서 만들고 싶은 이미지는?

▶2020년 대구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던 때 전국 신협과 임직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전국 신협과 중앙회 임직원, 신협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모은 총 21억원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어려움에 부닥친 대구시민을 '어부바' 하는 것이 신협인의 당연한 책무라 생각했다.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지원하고자 대구경북의 농촌신협과 상생장터를 운영하고 대구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초기 운영자금과 방문 진료용 차량을 지원했다. 이 모두가 대구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신협은 경제적 약자가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모인 금융 공동체인 만큼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 나아가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탄생한 조직이다.

신협은 앞으로도 포용금융과 서민금융의 선두주자로서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중앙회장으로서 지난 6년간 추진해 온 '8대 포용금융'은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금융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신협은 서민과 지역사회를 '평생 어부바' 해왔다. 사회 다른 부분과 같이 신협도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자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신협이 한결같이 지켜온 '사람'이라는 가치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2024.10.11. 신협중앙회 제공
대구 출신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ACCU 회장 4연임은 한국신협은 물론 ACCU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2024.10.11. 신협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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