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어린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주 금령총의 주인공이 이사지왕의 아들 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금령총은 100년 전인 1924년 5월 일제강점기 당시 발굴됐지만 아직까지 누구의 무덤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무덤 주인공에 대해 그동안 여러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어 추정에 그치고 있다.
금령총은 왕자 같은 신라 왕족 남자 어린아이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5~6세 안팎으로 추정되는 어린 남자 아이가 묻혔다는 것은 확인됐다. 또. 무덤 크기는 다른 왕릉들보다 작지만 발굴조사에서는 왕릉에 버금가는 최고 수준의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보물 '금령총 금관'을 비롯해 국보 '말 탄 사람 모양 주자', '황금 방울'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금령총 발굴 100주년을 기념해 30일 '금령총의 주인공과 그의 시대'란 주제의 학술심포지엄을 연다.
이 심포지엄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 금령총의 주인공 비정에 관한 것이다.
경주박물관 이현태 학예사는 금령총의 주인공이 '어린 나이에 갑자기 죽은 이사지왕의 아들'이라고 추정했다. 이사지왕은 신라 제20대 자비왕(재위 458~479년)의 아들이자 제21대 소지왕(재위 479~500년)의 동생으로 추정했다.
소지왕이 왕위를 물려줄 자식이 없이 500년 사망하자 왕위 계승권이 소지왕의 동생인 이사지왕에게 갔지만 이사지왕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왕위 계승권은 다시 그의 아들인 금령총 주인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금령총 주인공도 갑자기 어린 나이로 죽는 바람에 제22대 지증왕(재위 500~514년)이 결국 64세라는 고령의 나이, 또 '갈문왕'이라는 특이한 지위로 왕위에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 학예사는 "금령총은 신라의 왕릉급 고분들 가운데 대형 무덤인 봉황대, 금관총과 접해 있다"며 "봉황대의 주인공은 자비왕이나 소지왕, 금관총의 주인공은 자비왕의 아들이자 소지왕의 동생인 이사지왕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 학예사의 주장은 매우 파격적이고 흥미롭다"며 "금령총의 재발굴 성과를 토대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까지 융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일본 교토대학 요시이 히데오 교수의 '금령총 발굴과 일본 고고학', 함순섭 경주박물관장의 '금령총 발굴과 한국 고고학'이란 주제 발표를 비롯해 금령총과 금령총 출토 유물 전반에 관한 연구성과 등이 발표된다.
함순섭 경주박물관장은 "금령총의 장례 시점, 매장시설의 구조와 부장품의 특수성, 무덤 주인공과 그 시대의 특징을 논의하는 이번 학술심포지엄이 신라사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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