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소상공인의 날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 지원책이 활발했던 코로나19 때보다 지금 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은 장기 불황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가, 인건비, 대출이자 삼중고"
4일 오후 찾은 대구 동성로. 과거 만남의 장소였던 중앙파출소 삼거리에서 동성로28아트스퀘어를 지나 한일극장 앞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상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450m에 달하는 이 구간의 1층 공실만 15곳에 달했고. 4층 높이의 건물 전체가 모두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동성로에서 10년 넘게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올해부터 점심시간 3시간 외에는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 대비 인건비 부담이 큰 탓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가게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휴식시간'을 갖고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
그는 "코로나 때만 하더라도 정부 지원책도 많았고, 이 시기만 지나가면 다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끝나도 매출은 제자리걸음 중"이라며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가 바뀌는 사이 원재료값, 인건비, 대출이자 등은 일제히 올라 지금도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성로 중심 중대형상가의 올 3분기 기준 공실률은 19.82%로 2분기 20.79%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3분기(16.17%)와 2021년 3분기(15.5%)와 비교했을 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11.08%로 올 2분기 10.46%보다 더 늘어났다.
최근 젊은 세대가 많이 몰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대구 중구 교동과 종로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동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다른 상권에 비해 유동인구는 많은 편이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높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웨이팅을 꾸준히 받더라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며 "교동 인근에 오피스텔과 신라스테이 등이 모두 다 들어서면 가게를 팔고 다른 일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 소상공인 매출·이익 하락세…양극화 심화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분기 잠시 반등했던 소상공인 사업장의 매출은 3분기에 다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천331만원으로 전년 대비 2.74%, 직전 분기 대비 4.2% 줄어들었다. 3분기 이익 역시 평균 1천2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6%, 직전 분기 대비 13.7% 감소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소득에 비해 소득 양극화도 극심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2년도 귀속분 소득신고현황에 따르면 상위 1%의 평균 소득이 5억8천511만원으로 전체 사업소득자의 평균소득 1천614만원과 비교해 약 36배 높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장기불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원빈 경대북문 상인회장은 "경대북문 상인회만 하더라도 10%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구의 대부분 상권이 공실률이 높은 탓에 지금 폐업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권리금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대책 대부분이 정말 폐업을 직전에 둔 곳들만 지원하는 탓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대출 이자 문제만이라도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최근 높아지는 폐업률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폐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재창업,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중"이라며 "폐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대안대출 등 필요한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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