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美 반도체 보조금 확정…테일러 공장 건립 탄력

보조금 규모 축소? "중장기 계획 수정 영향"
파운드리 기술력 확보…미국과 안정적 협력 관계

지난달 22~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에 전시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연합뉴스
지난달 22~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에 전시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지으면서 오는 2026년 가동 목표인 테일러 공장 건설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투자 효율화 방침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조정하며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보조금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를 토대로 첨단 공정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효율성에 방점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미 테일러 반도체 투자에 대해 47억4천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이는 당초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PMT) 당시 발표한 보조금(64억달러)과 비교하면 줄어든 금액이다.

앞서 보조금 규모를 확정 지은 인텔(78억6천500만달러)과 TSMC(66억달러), 마이크론(61억6천500만달러)보다도 적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일부 변경된 데 따른 것으로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경영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기업별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을 따져보면 삼성전자의 보조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2.7%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12.3%)이나 인텔(8.7%)보다 높다. 지난 19일 미국과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맺은 SK하이닉스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1.8%, 대만 TSMC는 10.3%다.

당초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총 4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예비거래각서를 맺고 미국 정부와 협상해 왔으나, 협상 과정에서 최종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 이상'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 투자계획도 이번 계획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

이미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기흥 NRD-K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연구개발(R&D)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에 대한 충분한 생산 능력(캐파)을 확보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18일 설비 반입식을 한 기흥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로, 메모리와 시스템,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의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이 모두 이뤄진다. 내년 중순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2030년까지 총 투자 규모만 20조원이다.

아울러 2030년부터 용인 국가산단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라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만9천㎡(약 3만3천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통해
삼성전자가 10만9천㎡(약 3만3천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통해 '메모리 초격차' 달성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18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 'NRD-K'의 설비 반입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 파운드리 사업 갈림길?

파운드리 사업 부진도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부진 등으로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 순위를 두고 파운드리 투자를 운영 중"이라며 "올해 캐펙스(CAPEX·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며,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2년 착공한 테일러 공장의 경우 당초 2024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였으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현재는 가동 시점이 2026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0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일러 프로젝트에 대해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 힘들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쇼런 리허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이번 미 상무부와의 협상을 토대로 첨단 미세공정 개발, 테일러 공장 건설, 고객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해 2026년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최첨단 로직 생산 라인과 연구개발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테일러 공장을 미국 내 첨단 미세공정 구현 및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조금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미국 파트너와의 안정적 협력 관계 구축에 필요한 초기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조금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파트너십 강화 등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고객의 반도체 미세공정 니즈(요구)를 적기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이자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는 최근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의 시험생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60%를 넘어섬에 따라 내년부터 2㎚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2㎚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핵심 과제로 꼽으며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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