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임상준] 전화위복(轉火爲福), 다시 일어서는 경북

경북 산불, 전국에서 자원봉사자와 성금 쇄도
'악마 산불' 전화위복 삼아 국토 효율화 꾀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3월 하순의 경북 산불로 숲 10만㏊가 탔다. 26명의 목숨도 앗아갔다.

이른바 '괴물 산불'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닿으며 국토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웠다. 피해와 상처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컸다.

기상청은 태풍급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가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불은 의성에서 동쪽 끝 영덕까지 시간당 8.2㎞로 움직였다. 이는 사람이 거의 뛰다시피 하는 속도다. 순간 풍속도 태풍을 뛰어넘는 초속 27m나 됐다

갈수록 산불은 대형화, 주기성을 띠고 있다. 2020년 안동 산불에 이어 2022 울진 산불에다 이번 괴물 산불까지, 점점 산불은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형 산불도 인류의 재건과 극복 의지는 꺾을 수 없는 듯하다.

산불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와 기부 손길이 이어졌다. 으르렁대던 여·야 정치권도 복구에는 손을 맞잡으며 긴급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지난 1일 통과된 정부 추경에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의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총 18개 사업에 1조1천228억원의 직간접 예산이 확보됐다.

경북도도 복구와 재건 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북도는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5개 지역 경제 재건을 위한 '경제산업 재창조 2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민간 투자 유치를 핵심으로 지역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단순 복구를 넘어 경제 체질 자체를 개선한다는 게 목표다.

도는 민간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해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지난해 투자 펀드를 통해 총사업비 8천억원 규모의 대형 인프라 사업 2건을 민간 자본과 함께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산불 피해 극복 프로젝트에서도 2개 이상 사업에 펀드 투입을 진행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다.

경북 산불에 대한 전 국민적 염원과 경북도의 촘촘한 복구 행정으로 경북이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당장 해마다 되풀이되는 화마의 상흔을 역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산불로 황폐해진 민둥산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부족한 공단 부지로 조성해 국토 효율성을 높일 수가 있다. 이미 지난 울진 산불 지역에는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소 등이 들어서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선 경선에 출마해 산불 피해 지역 복구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원상 복구가 아닌 재창조 수준의 개선 복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방에 중앙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 도지사의 도전이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지방시대'와 '국가 대개조'라는 메시지를 전국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도지사가 되어도 내 눈앞에 보이는 산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못 뽑고, 내 집 앞 강모래 한 삽도 마음대로 뜨지 못하는데, 산불 복구와 지방 권한이 국가 대개조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큰 공감이 간다.

조기 대선으로 온통 이슈가 정치권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불 피해에 신음하고 있는 이웃들이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예전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적인 관심과 애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산불 복구에 애쓰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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