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전한길 딜레마, 안철수 의원이 풀어야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전당대회 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문수,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전당대회 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문수,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국민의힘, 윤·전 놓고 대립

전직 한국사 강사 유튜버 전한길 씨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들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전한길은 국민의힘 해산의 길"이라며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후보는 "윤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안 후보 역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전씨를 제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내부 인사를 주적으로 삼아 총구를 겨누어선 안 된다"며 "전한길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후보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 국민의힘 당원들,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과거에 지지했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전한길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놓고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서로 싸우다가 망한 이각·곽사

중국 후한 말, 황제(헌제-獻帝)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던 동탁이 죽자 그의 부하였던 이각(李傕)과 곽사(郭汜)는 힘을 합쳐 장안을 점령하고 실권을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했고, 갈수록 불신이 깊어졌다. 이각은 곽사의 측근 번조(樊稠)를 죽이며 갈등을 격화시켰고, 곽사 역시 이각을 제거하려 음모를 꾸몄다. 이각이 번조를 제거한 것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각과 곽사가 싸우는 사이 황제(헌제)가 도망쳤고, 손아귀에서 황제를 놓치자 두 사람의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 이후 밀어 닥친 조조 군대에 이곽과 곽사는 크게 패했다. 이각은 부하에게 살해됐으며 곽사는 도망치다가 죽음을 맞았다. 같은 편임에도 권력 다툼과 불신으로 서로 싸우다가 파멸한 것이다.

▶ 광장 보수 없이 싸울 수 있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전한길 씨를 비롯한 광장 세력, 보수 유튜브들의 투쟁으로 그나마 몸부림이라도 쳤다. 전한길을 비롯한 보수 유튜브의 반이재명, 반더불어민주당, 반탄핵 전투력을 등에 업고 반탄핵 캠페인을 펼쳤으며, 지난 대선에서도 그나마 그 정도라도 싸웠다.

문제는 보수 유튜브들이 주장하는 '윤 어게인'으로는 지지율 한계가 뚜렷하며, 앞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한길'을 비롯한 강경 보수 유튜브들을 내치자니 구심력도 없고, 싸울 사람도 없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지층마저 떠날지 모른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전한길을 껴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친여당 유튜브는 더 심하다

친민주당 성향 유튜버들의 정치 편향성, 허위 정보와 선동, 언론 기능 왜곡은 우파 유튜버 전한길씨의 행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좌초설, 한동훈 사살조설, 생화학 테러 제보 등 근거가 없거나 거짓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왜곡했다.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이재명 대통령(민주당 대표시절부터)을 찬양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순도를 감별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해 2017년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부정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들을 내치기는커녕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발뉴스',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등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세 곳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에 등록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들이) 기자실에 자리잡고,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는 소위 좌표를 찍고, 질문 영상을 자신들 채널에서 조리돌림하면서 웃음거리로 만들며, 대변인에게 정부 홍보용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서비스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의 예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유튜버 김어준은 민주당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스피커'이자 '여론 형성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공천 희망자, 국회의원이 그의 방송에 출연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시절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크고, 부정적 영향력과 이미지 또한 강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 누구도 김어준 때문에 민주당이 망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편 유튜버들의 명백한 잘못까지도 한목소리로 감쌈으로써 단결의 동력으로 삼는다.

▶ 국힘은 왜 서로 쳐내기 바쁜가

지금 국민의힘은 서로를 '탄핵 찬성=배신자', '탄핵 반대=내란동조 세력'으로 규정해 싸운다. 비상계엄 선포에도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어떻게 '내란 동조'인가? '탄핵 반대'가 곧 '비상계엄 찬성'은 아니지 않은가. 또 탄핵에 찬성했다고 배신자도 아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대다수는 같은 편이다. 그런데 왜 서로를 쳐내지 못해 안달인가? 서로 싸운 결과가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이고 탄핵이었다. 전한길씨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한길을 당의 '동력'으로 삼아야지, 쳐내느냐 마느냐로 싸울 일이 아니다.

▶ 안철수와 전한길 만나야 한다

이른바 '윤 어게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 정계 복귀'를 의미한다면,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미 끝난 싸움이다. 그걸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자해(自害)일 뿐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고, 보수우파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른 길로 이끌자는 상징적 '슬로건'이라면 공감한다. 다만 그 정신을 담은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전한길씨가 만나야 한다. 전당대회 전(前)도 좋고 이후도 좋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뜻을 합칠 건 합치고, 차이는 서로 다듬어야 한다.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40%를 회복하겠지만, 안철수,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50%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저 이각과 곽사의 파멸을 보라.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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