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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7>이 땅에서 살았던 이들에 대한 역사적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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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조영석(1686-1761),
조영석(1686-1761), '새참', 종이에 담채, 20.5×24.5㎝, 개인 소장

야외에서 일하는 도중에 먹는 밥을 들밥, 야반(野飯)이라고 했다. 한 글자 한자로는 '들밥 엽(饁)'이다. 온전한 한 끼 식사일 때도, 잠시 숨을 돌리며 먹는 간식(間食)인 새참일 때도 있다. 들밥~ 새참~ 정겨운 우리말이다. 조영석의 풍속화 '새참'은 250여 년 전 이 땅에서 살며 지금 우리처럼 희로애락을 겪었을 무명의 모르는 선조들에 대한 역사적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문자보다 힘이 센 이미지의 호소력이다.

조영석은 담담한 시선으로 자신이 목격한 주변의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여성이 두 명, 아이가 한 명, 나머지 6명은 남자 어른이다. 아무런 배경이 없어 이들의 모습과 동작에 시선이 집중된다. 두 명의 여성 앞에는 이 둘이 부엌에서 장만한 음식을 담아 이곳까지 머리에 이고 온 손때 뭍은 대광주리가 있다. 밥그릇을 들고 있는 여성은 추가 배식 중이다.

남자 어른은 제일 오른쪽의 한 분만 유일하게 갓을 썼고 겉저고리를 갖추어 입은 데다 밥과 반찬을 밥상위에 차려놓고 젓가락질 중이다. 아마 현장 지휘를 위해 나오신 감독인 듯. 나머지 분들은 맨상투에 민저고리 바람이다.

9명을 그린 단체 인물화지만 '나의 읽기'로 주인공을 꼽아보자면 왼쪽 제일 마지막 분이다. 얼굴이 좀 길쭉하고 이마가 훤칠한 젊은 분. 한 손에 밥그릇을 들고 다른 손으론 숟가락으로 아이(아마도 아들!)에게 밥을 먹여주며 미소를 가득 띠었다. 아이는 입을 크게 벌렸다. 옛말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내 자식 목구멍으로 밥 넘어가는 소리"라고 했다. 바로 그런 얼굴이다. 가난한 시절에는 더욱 그렇겠지?

농경과 농사일을 주제로 한 조선시대 문학 중에 15세기 관료지식인 강희맹의 '대엽(待饁)', '들밥을 기다리며'가 있다. 그가 잠시 농사를 지을 때 들었던 농요를 기록한 '금양잡록(衿陽雜錄)'에 나온다.

큰 며느리 절구질 서두르고

작은 며느리 부엌에 들어가자 푸른 연기 올라오네

주린 창자에선 슬슬 아우성이 일어나 우레가 울리는 듯

두 눈엔 헛것이 보이는 듯

들밥 기다릴 땐 호미 들 힘조차 안 남았네

大姑舂政急 小姑入廚煙橫碧 飢腸暗作吼雷鳴 空花生兩目 待饁時提鋤不得力

이렇게 기다리던 들밥을 먹고 잠시 쉬고 나면 다음 밥때까지 다시 고된 노동을 이어갔으리라. 이 그림을 보면서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객관적인 관찰자이면서 따뜻한 인정(人情)이 조영석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장면을 그림으로 분명히 기록할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야말로 조영석의 위대함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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