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의대생 유급, 제적 및 편입 방침은 우리나라 의학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의료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정책이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에 대해 유급, 제적 조치를 취하고, 타 대학 편입을 허용하겠다는 이 방안은 문제 해결은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특히 이러한 조치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독단적이고 경직된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의학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은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이를 위해 의학 교육은 기초 의학부터 임상 실습, 수련 과정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연속성'과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어느 하나라도 단절되면, 해당 학생의 학습 효율은 물론이고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 자체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유급, 제적은 이러한 연속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다. 장기간의 학업 중단 이후 복귀 방안도 없이 유급, 제적을 강행하는 것은 학생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교육 단절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미래 의료 인력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편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학마다 다른 커리큘럼과 교육 환경, 평가 체계 속에서 학생들이 온전히 적응하기란 어렵다. 이는 곧 학습 효율 저하와 교육 불균형을 초래하며, 나아가 의료인의 전문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대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의료계와 당사자인 학생들과 실질적인 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가에 대해 교육부는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예비 의료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교육행정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며,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는 처사다.
또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일종의 '징벌적 행정'에 가깝다. 학업 중단이라는 형태로 의사 표현을 한 학생들에 대해 유급, 제적과 편입이라는 방식으로 사실상 퇴로를 차단하는 정책은, 교육이 지녀야 할 공정성과 포용성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국민과 의료계를 향한 설득과 대화가 실종된 상황에서 강압적인 조치를 반복하는 것은, 향후 의료계 전반에 걸쳐 더 깊은 불신과 반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유급, 제적과 편입이라는 극단적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단절된 학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귀 지원책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더불어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향후 의사 인력 양성과 의료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을 시도해야 한다. 강압이 아닌 설득, 처벌이 아닌 협력이야말로 의료 위기 해법의 첫걸음이다.
의학 교육은 국가의 미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이다. 이 중대한 영역을 정치적 셈법이나 단기 성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오산이다. 지금 이 순간의 정책 방향이 향후 수십 년간 국민 의료의 수준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의료는 생명 그 자체다. 교육부가 그 무게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국민과 의료계는 묻고 있다.
박종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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