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49·가명) 씨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집에 누워 TV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50대가 되면 25년간 해온 안경사 일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이젠 불가능한 꿈이 됐다.
영수 씨는 수십년간 자신을 보살펴온 어머니가 사기를 당한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됐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 해봤지만, 되레 사기꾼에게 소송을 당해 전 재산을 뺏기고 빚까지 지게 됐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영수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서 이 끔찍한 상황이 정리되길 바라는 것뿐이다.
◆어머니 반대로 결혼 포기 후 돈만 벌어
영수 씨는 어린 시절, 한 달에 한 번 고기를 먹는 날이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월급날 돼지불고기를 사 오시면 다섯 가족이 나누어 먹었다. 트럭이나 택시 모는 일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가족이 지내기 어려워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경증 청각장애인인 어머니가 여러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분식점, 양말 장사, 노상 음식점과 파출부 일까지, 영수 씨 어머니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온갖 일을 마다치 않았다.
군에서 제대한 영수 씨는 섀시 운반 일을 하며 학비를 마련해 대학을 졸업하고 안경원에 취직했다. 이후 돈을 모아 이십 대 후반 동업자와 함께 안경원을 차린 영수 씨는 가게에 도시락을 싸 다니며 열심히 일했다. 사업은 꽤 잘 됐지만, 날이 갈수록 오르는 월세를 부담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 없었고, 건물주가 월세를 5년 만에 1천만원 가까이 올리자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큰 이별을 겪기도 했다. 영수 씨에게는 이십 대 때 사귀다 어머니 반대로 헤어진 동갑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영수 씨가 사업을 시작한 뒤 다시 만나기 시작한 둘은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다. 삼십 대 중반이 됐을 때, 여자친구와 다툰 뒤 잠시 연락을 끊었던 영수 씨는 얼마 뒤 여자친구의 청첩장을 받게 됐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사주 집에서 '아들이 결혼하면 단명한다'는 얘기를 듣고 와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종용한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더는 자신을 기다려줄 수 없었을 거라고 자신을 설득해 봤지만, 영수 씨는 그 일로 마음을 크게 다쳐 결혼 생각을 접었다.
이후 영수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며 자동차 부품 공장과 여러 안경원을 전전했다. 안경원 특성상 주말에 쉴 수가 없다 보니 평일에는 등산과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영수 씨는 50세에 은퇴할 계획을 세웠다. 노모 한 분만 모시면 돼 큰 부담이 없었다.
가계는 어머니가 관리하고 계셨는데, 영수 씨 생각보다 통장 잔액이 적게 찍혔으나 적금 통장이 따로 있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노후 준비를 해나가던 영수 씨는 지난해, 그동안 모아둔 돈이 수중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사기당해 전 재산 잃어…스트레스 시달리며 몸·마음 엉망
영수 씨 어머니는 매달 돈이 들어오는 곳에 영수 씨의 돈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어머니는 보증 사기를 당해, 1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수십억 원의 빚을 물려받을 뻔하거나 수천만 원대의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돈을 빌려주면 매달 이자를 높게 쳐주겠다는 사기꾼의 꾐에 속아 영수 씨가 모아둔 돈 대부분을 수년에 걸쳐 넘겨준 것이었다.
영수 씨는 사기꾼 A씨가 어머니께 연락해 내역이 남지 않게 현금으로만 돈을 수백만 원씩 타갔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준다며 타인의 명의를 빌려 추가로 돈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피해 본 금액은 억대였다.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된 영수 씨가 A씨에게 그동안 빌린 돈을 내놓으라고 화를 내자, A씨는 되려 영수 씨를 불법추심으로 법원에 민사 고소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은 영수 씨인데, 그동안 어머니가 A씨에게 현금으로만 돈을 건넸고 증빙 서류 따위를 하나도 받아두지 않아 패소할 수밖에 없었다. 6억원을 달라고 주장하던 A씨는 영수 씨 매제와 만나 합의 끝에 2억6천만원을 불렀다. 그 일로 거주하는 집과 오래된 아파트 한 채가 모두 경매에 넘어갔고, 어머니가 선금을 넣어둔 아파트도 날아갔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영수 씨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게 됐다. 그러다 작년 8월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기도 했고, 신장이 터져 응급 수술을 받고 두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수 씨는 류마티스, 어깨에 돌이 생기는 석회성건염,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다리 이상도 있었다. 영수 씨 어머니도 당뇨, 관절염이 있고 보청기 없이는 소리를 듣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몸이 엉망이다 보니 매달 병원비만 70만원 가까이 들었다. 수입원은 어머니 연금 등 76만원뿐인데 병원비로 대부분을 지출하다 보니 누나에게 생활비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송으로 재산 확인이 들어가며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됐다. 주택 경매를 한 뒤 대출금과 국세를 정산하고 남은 금액은 죄다 A씨에게 넘겨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2천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낼 돈이 없었다.
영수 씨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문서뿐인 재산이 정리되지 않아 수급자가 될 수도 없는 상황, 그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집에서 각종 불안감과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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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거동 힘들어 누워 생활하는 안훈석 씨에 2,217만원 전달
가족들과 연락 끊긴 이후 뇌경색이 발병해 거동 어렵고 생활고 시달리는 안훈석 씨(매일신문 5월 13일 12면 보도)에게 2천217만2천78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김호근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장윤 2천원 ▷'돕자' 6천707원 ▷'나중에더돕기잔액' 13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아이 키우다 뇌출혈 발병한 신영은 씨에 2,160만원 성금
두 번의 이혼 끝에 홀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다 뇌출혈이 발병해 아이와 떨어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신영은 씨(매일신문 5월 20일 11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36명의 독자가 2천160만2천17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철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아모스 20만원 ▷KB하드웨어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주열대구문예진흥원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조성택 50만원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각 20만원 ▷곽용 조득환 최재영 최창규 최채령 허금주 허정원 황우원 각 10만원 ▷김준후 이동욱 각 7만원 ▷김경호 박정희 서정오 안대용 유명희 이상준 이종하 임채숙 전현지 최상수 최영철 최윤호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한상욱 각 5만원 ▷강민주 김명구 김승민 김점숙 변현택 이재민 이재열 전홍선 정루가 조재순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구자선 권오영 권유진 김철진 류휘열 박경옥 서기대 성민교 이대성 이용규 이해수 장영순 최민지 각 2만원 ▷최은서 최정원 각 1만5천원 ▷권두형 권오현 김경민 김경진 김다영 김덕우 김성진 김순희 김영주 김주현 김태천 박건우 박상옥 박인배 박재석 박준형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백진규 변희광 오성진 우철규 유귀녀 윤재혁 이선희 이영수 이원형 이유록 전선수 정서원 정지선 조영식 최경철 한영철 한정화 각 1만원 ▷노아름 7천780원 ▷송준호 7천560원 ▷윤숙영 7천원 ▷문민성 박지연 손희정 신혜진 윤인주 은빈환 장해란 조민경 조용인 조인숙 각 5천원 ▷문민성 4천700원 ▷최연준 1천원
▷'익명' 100만원 ▷'범물동김선우'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민규안다겸' '불자정순화' 각 5만원 ▷'신영은님독자가' '우리예수님사랑' 각 3만원 ▷'권혁삼(신영은)' '작은섬김' 각 2만원 ▷'돕기' 1만5천791원 ▷'돕기' 1만5천원 ▷'기도해요' '김경희서율' '부산대김백녕' '석희석주' '이화김수민' 각 1만원 ▷'광장.배현수' 7천777원 ▷'돕자' 5천700원 ▷'모두건강행복재물' '수민' 각 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 ▷'조금이라도돕고복나눔' 1천500원 ▷'조금이라도돕기' 200원 ▷'잔액돕기' 16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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