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진(28) 작가의 개인전 '베스트 허거(Best Hugger)'가 대구 동구에 자리한 키다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2018년 키다리갤러리 신진작가 공모전에서 최우수 작가로 선정된 이후 6년 간 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해왔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에서 150호 대형 작품을 포함해 출품작 8점이 모두 완판 되는 등 주목 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단순하고 투박한 듯한 무채색의 차가움과 서로를 꼭 껴안은 인물들의 따뜻함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삭막한 사회를 살아가지만 한편으로 정(情)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이면을 나타냄으로써 깊은 위안과 치유를 전한다.
이번 전시 작품은 2023년 개인전 '레스트(Rest)' 때 선보였던 것에서 좀 더 회화적인 요소가 추가됐다.
완전한 검은색이 아닌 갈색 등으로 미묘하게 무채색을 벗어난 색감을 시도하고 살구색이나 하늘색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무채색의 바탕에도 밤 하늘 은하수와 같은 배경을 얹어 깊이감을 더했다. 기존에 다소 정적이던 작품에 따뜻함과 숨결이 불어넣어진 듯한 느낌이다.
또한 작가는 붓과 함께 자신의 손을 사용해 캔버스에 찍고 펼치는 방식으로 표면을 만들어낸다. 그는 "너무 매끈한 그림보다, 시각적인 질감이 잘 나타나길 바랐다"며 "울퉁불퉁하고 일렁이게 표현하는 느낌이 손끝에서 직접 전달되는 감정의 온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채색에 굵은 직선으로 그려낸 그의 그림은 마치 아크릴로 그려낸 동양화 같기도 하다.
"실제로 동양화를 전공했냐고 물어오는 분들도 있어요. 시그니처와도 같은 검은색을 사용하게 된 건 사실 알 수 없는 반항심(?)에서 시작됐죠. 졸업 전시 때 교수님이 가능하면 무채색을 배제하라고 하셨는데, 내 작품이 남들에게 눈에 띄었으면 하는 마음에 무채색을 써서 작품을 냈었어요. 거기서부터 출발한 것 같아요."



작업 초기에는 지금과 같이 큼직하고 단순한 얼굴이 아닌, 다소 어둡고 괴이한 형태였다. 그는 "작품이 무섭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검은색과 선(線)적인 특징만 가져가되 낯선 느낌을 덜어내고 친숙한 느낌을 더하면서 지금의 작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의 확장을 위해 많은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디아프 플러스의 솔로 부스에서 선보인 조각 작품도 그 중 하나다. 그림 속 인물을 흙으로 빚었는데, 포옹하는 모습으로 결합·분리가 가능한 조각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당시 도예를 잠깐 배웠었는데, 굽다가 깨지거나 색이 생각과 다르게 나오는 등 변수가 많아 쉽지 않았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요즘 후배들이 3D프린터나 아이패드 드로잉 등으로 작업한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보기도 한다. 앞으로 작품 속 인물을 활용한 짧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보고 싶다. 아직 안해본 게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내가 안정감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시작한 작업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작품 속 인물에 따로 성별을 두지 않아요. 연인일 수도, 부모와 자식일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동성애자 등 모든 인간의 애정을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관람객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누구든 위로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070-7566-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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