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특별법 난항? 기재부 '신중' 입장에 "적극 검토해야" 지적

4개 특별법안 두고 국회 산불특위 심사 본격화
상임위 검토보고서서 기재부 "신중한 검토 필요" 의견
"역사상 유례없는 산불로 복합 피해…특별법 제정해야"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 경북, 경남, 울산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 초대형산불 피해를 제대로 지원하고 복구하기 위해 다수의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돼 심사를 앞두고 있으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특별법 시행에 필요한 정부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미온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전례 없는 초대형산불에 기존 제도를 통해 대응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불특별법 4건에 기재부, "신중 검토"

10일 국회에서 열린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는 접수된 산불피해지원특별법안 4건에 대해 심사한 뒤 소관 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특별법 4건은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임미애 의원, 국민의힘 이만희(영천청도)·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들은 공히 산불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및 손실보장, 위로지원금 지급 등에 관한 사항을 우선 규정했다. 피해주민에 대한 주거·생활·의료지원, 피해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시설복구비 지원, 피해자 금융부담 완화 등 피해 경감을 위한 지원 사항도 마련했다.

다만 박형수·이만희안은 피해지역 재건을 위한 공동영농모델, 스마트공장 보급, 관광단지 지정, 자연휴양림 조성 및 체육시설 설치 기준 완화, 에너지 사업 지원 등도 규정한 게 특징이다.

아울러 피해지역 산림 회복을 위한 복구계획 수립, 산불폐기물 처리, 위험목 제거사업, 산불진화임도사업, 산림경영특구 등도 제시했다. 이 외 산불고위험지구 지정 및 지원, 산불예측시스템 구축, 대응 장비 및 인프라 확충 등 상시적 산불 대응 체계 방안도 포함됐다. 각종 행·재정상 특례 규정들도 반영됐다.

4건의 특별법 제정안들은 재난안전법 등 기존 법률과 별도로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나서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다. 해당 법안들의 특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유사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이 제정돼 재난안전법 등 기본법이 형해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4·16세월호 참사, 이태원참사 관련 특별법은 진상 규명의 필요성에 따라 제정됐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특별법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지난 5월 1일 본회의에서 의결된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이튿날 심의·확정된 복구계획 등에 전례 없는 추가 지원 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이유다. 같은 날 개정된 재난안전법에 따라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복구비 지원도 가능해졌다고 얘기한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농업·임업 등 복구비를 전액 지원한다면 보험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앞서 지난 2019년 강원 지역 산불 발생 당시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2건이 제출됐으나 소관 상임위에 계류되다 제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점도 거론되고 있다.

◆"피해지역 재창조 위해 특별법 절실"

하지만 산불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위 검토보고서는 이번 산불 피해가 전례 없는 규모로, 일부 피해 지역의 경우 마을공동체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정주여건 측면에서 큰 위협에 직면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난과 구별해 별도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법에 (초)대형산불에만 적용된다는 특례를 규정한다면 중복된 특별법의 난립을 막을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지난달 '최근 산불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전 분야에 걸친 피해복구,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 검토보고서는 "이번 산불이 피해지역 공동체 기반을 훼손할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초래, 지방소멸 방지와 공동체 회복 지원을 위한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 산불로 복합 피해가 발생했으나 현행 법률의 한계로 충분한 피해복구 및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기존법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더했다.

10일 열린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위 회의에서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향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쳐
10일 열린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위 회의에서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향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쳐

이에 이날 특위 회의에서 기재부가 특별법에 적극적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을 향해 "그렇지 않아도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데 산불이 나서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지 않겠느냐"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불난 지역에 스마트팜, 이런 것을 넣어 새로운 모습의 마을로 재창조해 보고자 하는데 기재부는 실익이 없다며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상 2차관은 "4개 특별법 목적과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한다"며 "소위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참여해서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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