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분도가 '카코포니 플러스(Cacophony+)' 전시로 김승현, 안동일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카코포니 플러스 전시는 2006년부터 당해 미술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전시를 지원해온 기존 카코포니 전시에서 나아가, 필드에 한 발 내딛은 신진 작가로 영역을 넓혀 실험성 있고 참신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5년생, 동양화를 전공한 공통점을 가진 두 작가가 펼쳐 보이는 각기 다른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김승현 작가는 평소 좋아하던 오노 요코의 작품집 '자몽(Grapefruit·1964)'에서 작업 형식을 차용했다. '자몽'은 간결한 지시문으로 된 작품으로, 독자가 주관적 견해로 문장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의 작품 '컴포지션 시리즈(Composition-series)' 역시 텍스트로 된 지시문이 캔버스 위에 등장한다. 작가는 문장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응답하듯 화면을 메꿔나가는데, 그 형태는 점이나 선, 면, 기하학적 도형이 되기도 하고,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이렇다 할 규칙 없이 즉흥적으로 지시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표현이 나타나는 것.
그래서 그의 작품 안에는 지시자와 수행자, 두 개의 주체가 존재한다. 그는 지시문을 이행하는 수행자의 행위를 통해 텍스트가 회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간격에 주목한다.
작가는 "지시는 행동을 완전히 통제하기 힘들고 행동은 지시를 온전히 따르기 힘들기에 둘의 간격은 벌어진 채 끝없이 움직인다"며 "하지만 이 간격은 다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될 지도 모른다.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가 결국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안동일 작가는 풍경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주변 환경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시대적 사회구조나 문화적 현상들을 내포하는 사물이나 장소를 기록,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회화와 사진, 영상, 설치 등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미장센(mise-en-scène)'은 파스텔로 섬세하게 그린 회화 작품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장소를 분 단위로 기록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객관적 풍경을 제시한 이전 작업 '인스톨레이션 뷰(Installation-view)의 한 장면을 옮긴 것이다. 밤하늘과 어둠, 인공 빛, 인물, 자연 등을 긴 시간이 걸려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사진과 흡사하다.
그는 "사진이라는 기계의 객관적인 기술법에 비해 파스텔화는 붓과 같은 중간 매개체 없이 직접적인 손으로 문질러 이미지를 재현함으로써, 작가의 감성이 묻어 나는 더 주관적인 풍경에 가까워진다"라고 말했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사진에서 분할된 이미지가 회화로 그려지면서 이전에 가진 의미와 다른 새로운 풍경을 담아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심미적 풍경을 산책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댓글 많은 뉴스
"제대로 했으면 출마도 못해" "권력에 무릎"…'李재판 중단'에 국힘 법원 앞 집결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1500원' 요구…14.7% 인상
대북 확성기 중단했더니…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 껐다
박홍근 "정당법 개정안 통과시켜 국민의힘 해산시켜야"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예비비 259억원 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