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지역 이동노동자 실태…"만성과로·저임금 이중고로 힘겨워"

상당수 주 6일 근무·야간 노동 중…시급도 6천~8천원 불과
"쉼터도 없어 화장실에서 쪼그려앉아 대기"
"실태조사 바탕으로 제도적 장치 늘려야…노동자-정부 협의체계 구축 필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3층 대강당에서 이동노동자들이 업무 고충을 발언하고 있다. 정두나 기자.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3층 대강당에서 이동노동자들이 업무 고충을 발언하고 있다. 정두나 기자.

대구 노동계는 지역 이동노동자 상당수가 과로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업무 강도 완화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2일 민주노총 대구지역 본부 대강당에서 '대구지역 이동노동자 쉼터 및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구 지역 배달노동자의 33.5%, 대리운전 노동자 93.9%가 주 6일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노동을 한다'는 응답 역시 50.1%에 달해 근로자 대부분이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동노동자 임금은 최저시급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수입과 근무일수, 연금 지출액을 고려해 산정한 결과 배달노동자 시급은 7천800원~8천400원 수준에 머물렀다. 대리운전자 시급 역시 6천900원~7천700원에 불과했다.

이동노동자들의 근무 중 휴식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부각됐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우 응답자 전원이 야간노동·장시간 대기 탓에 쉼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현철관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은 "피로와 찌는 더위에 시달리는 배달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대구에 단 2곳이던 휴식 공간은 운영을 맡을 기초지자체를 찾지 못해 곧 문을 닫게 생겼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정규화 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은 "길게는 1시간 이상 길 위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여름이나 겨울에는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한다"며 "쉼터는 다다익선이다. 언제 어디서든 쉴 수 있도록 대구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노동계는 이동노동자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로를 방지할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백남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쉼터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사업 발굴에 힘써야 한다"며 "차기 정부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방치된 이동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며, 노동자들과 지속적인 협의체계를 구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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