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토킹범 전자발찌' 경찰 신청 적어 유명무실…"제도 적극 활용해야"

대구경찰 스토킹 잠정조치 중 전자발찌 신청 3.4%…법원 승인률은 1% 불과
수사 중 부착가능한데…대구 '가스배관 침입' 살인범 전자발찌 없었다
전문가 "피해자 보호 강화 위해 적극적인 검토 필요"

대구에서 신변보호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피의자가 범행 나흘 만에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경찰에 붙잡혀 15일 대구 성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신변보호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피의자가 범행 나흘 만에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경찰에 붙잡혀 15일 대구 성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처벌법 개정에 따라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피의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됐지만 법원 승인률이 낮고 경찰 역시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피해자 보호조치의 공백을 메꿀 목적으로 관련법이 개정된 만큼 실제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찰의 스토킹 잠정조치 신청 건수는 총 93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자발찌 신청 건수는 32건으로 전체의 3.4%에 그쳤다.

스토킹처벌법상 '잠정 조치'는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는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내리는 조치로 ▷1호 스토킹범죄 중단 서면 경고 ▷2호 피해자의 주거지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전기통신망 등을 이용한 연락금지 ▷3호2 전자발찌 부착 ▷4호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전자발찌 부착(3호2)'는 유죄 판결 전인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피의자에게 부착할 수 있도록 신설된 조항으로, 지난해 1월 12일부터 시행됐다.

법무부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2022년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활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자발찌 부착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입법취지와는 달리 제도가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적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 역시 피의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만 이뤄지는 데 그쳤다.

경찰은 이 사건 피의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잠정조치는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자발찌 부착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체를 직접 강제하는 사항이라 신청 단계에서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법무부 스토킹 전자장치공동매뉴얼을 보면 피의자가 잠정조치 1~3호를 위반했을 때 전자발찌 부착 신청을 하라고 권고되고 있다"며 "달서구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는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하지 않아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매뉴얼 내용을 충족하지 않으면 법원이 대부분 기각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구 경찰의 전자발찌 부착 신청은 총 26건이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시행된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올해는 총 6건 중 3건만 받아들여졌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경우 강력 범죄로 번질 확률이 크기에 잠정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변호사는 "경찰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도 기각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이런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영장청구가 있었던 피의자에 한해서는 전자발찌 부착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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