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너무 어지러워요" 그렇다면 귀를 의심하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갑자기 하늘이 빙빙 도는데, 무슨 일인가 싶더라구요."

주부 A(65) 씨는 집에서 요리를 하던 중 갑작스런 어지러움을 느껴 쓰러졌다. 평소에 다른 질환이 없었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지러움에 A씨와 가족들은 크게 당황했고,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는 의사로부터 "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A씨처럼 요즘들어 어지럼증을 느낄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위 중 하나가 귀 속 달팽이관이다. 특히 달팽이관 옆의 전정기관(평형감각기관), 특히 세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 전정기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이석증

귀 안에는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이 중 '난형낭'과 '구형낭'이라는 부분에는 미세한 칼슘 덩어리인 '이석'이 자리잡고 있다. 이석은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어떤 이유로든 이석이 원래 위치를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반고리관은 회전을 감지하는 기관인데, 이석이 이 안에서 움직이면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고, 그 결과 머리의 위치 변화에 따라 강한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석증 환자 중 50~70%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노화나 머리에 외상을 입은 경우, 장기간 한 자세로 누워있는 경우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며, 최근에는 비타민 D 수치가 낮으면 이석증 발생이나 재발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 밖에도 골다공증, 탈수, 혈압 또는 혈당 변동 등의 요인이 이석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눈의 떨림을 관찰하는 검사를 통해 진단에 들어간다. 이석증은 진단과 동시에 교정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고개를 특정 순서대로 움직여서 이석을 다시 제자리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단, 이석이 안에서 떠다니거나 고착된 경우에는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박규욱 박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은 "같은 이석증으로 병원에 왔더라도 이석이 빠진 위치나 상태에 따라 바로 치료가 될 수도 있고, 교정이 한번에 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며 "유튜브를 보고 어지럼증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이석이 빠진 위치 또는 상태와 맞지 않아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림프액 문제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메니에르병은 귀 안의 '내림프액'이라는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압력이 높아지면서 반복되는 어지럼증과 청력 문제를 함께 겪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에 내림프가 과다하게 쌓이면서 압력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달팽이관 주변 신경이 자극되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증상은 20분 이상 지속되는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 이명, 한쪽 귀의 청력 저하, 귀가 꽉 찬 듯한 압박감 발작 등이다. 반복적으로 수 개월 간격으로 나타나며, 점차 청력도 나빠질 수 있다.

진단은 청력검사와 평형기능검사, 필요시 MRI(자기공명촬영장치) 등을 통해 진단하는데, 돌발성 난청 등 다른 어지럼증 관련 귀 질환과 유사하게 발생하므로 지속적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메니에르병은 치료 방법으로 식이요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염분이 많은 짠 음식은 내림프액의 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박 대표원장은 "카페인, 흡연,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악화 요인이 되므로 식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뇨제, 혈류개선제, 전정억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 중이강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내림프를 줄이기 위한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 어지럼증, 귀·뇌 건강 알리는 신호

이 밖에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의해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전정신경염' ▷편두통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편두통성 어지럼증' ▷목뼈(경추)의 퇴행성 변화나 근육 긴장으로 인해 생기는 '경추성 어지럼증' ▷소뇌나 뇌간에 발생한 뇌경색으로 발생하는 '뇌경색 어지럼증' 등이 있다.

어지럼증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대부분 효과적으로 호전되는 질환이다. 박 대표원장은 "어지럼증은 누구나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귀와 뇌 건강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며 "어지럼이 처음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반복해서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원인을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박규욱 박이비인후과 대표원장
박규욱 박이비인후과 대표원장

도움말 박규욱 대구 박이비인후과의원 대표원장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