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이호상 '인연애 반하다' 대표 "국제결혼, 더는 특별한 일 아냐"

대구 결혼정보업체 '인연애(愛) 반하다' 대표

이호상
이호상 '인연애 반하다' 대표가 지난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한 행사 영상을 보여주며 국제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대한민국 인구 위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절박하다. 올해 입학생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적으로 180개교를 넘어섰다. 농촌에선 신생아 탄생 소식이 끊긴 마을이 수두룩하다. 몇 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 마을에 플래카드가 붙었다는 뉴스가 등장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이 0.72명에서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한 점은 의미 있는 변화다. 아직은 상황 반전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의 불씨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출산율 하락 추세가 멈춘 것일 뿐, 출산율을 끌어올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전국의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청춘들의 '인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인구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저출생 대책이란 명목으로 공공기관이 '연애'라는 지극히 사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문제로 떠오른 지금 정부가 청년세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 바람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구 결혼정보업체 '인연애(愛) 반하다' 이호상(53) 대표는 비혼(非婚)과 저출산 해결책으로 국제결혼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국제결혼은 이름만 국제결혼일 뿐 사실상 외국인 여성을 돈으로 사오는 매매혼이 아니라, 국적이 서로 다른 이들이 사랑이 싹틀 수 있도록 만남의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그가 첫걸음으로 택한 나라는 일본이다. 그는 2023년부터 처음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만남 행사를 주선한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대구와 오사카, 도쿄 등을 오가며 양국 간 문화교류를 가미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왔다. 지금까지 19쌍이 혼인을 했거나 앞두고 있을 정도로 결혼 성사율도 높다.

이호상 대표는 "일본의 경우 여성들이 한국 남성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데다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는 점에서 한국 남성의 만족도가 컸다"며 "국제결혼 장려가 청년세대 결혼율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상
이호상 '인연애 반하다' 대표가 지난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한 행사 영상을 보여주며 국제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현재 직업이 세 가지다. 음악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달성 논공에 있는 복합재 고압용기 제조회사에 1주일에 하루 출근해 검사 업무를 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는 가장 최근에 시작했다. 2021년 사업자 등록을 했고, 2023년 하반기쯤 유료화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6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 게 계기였다. 이때만 해도 미혼이었던 터라, 어머니는 퇴근 후면 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 같은 존재였다.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컸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무렵 지인의 권유로 한 인터넷 카페를 접하게 됐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청춘남녀의 만남과 결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생각을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인연애 반하다'란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만든 게 결과적으로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2019년 9월의 일이다.

-사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나.

▶전혀 아니었다. 카페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레 청춘남녀 회원들의 니즈를 알게 됐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만남의 장을 제공하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2023년까지 4년여 동안 수십여 차례 국내 행사를 열었다. 엄격한 기준으로 남녀 각각 20명 정도를 선발한 뒤 호텔 이벤트홀 등을 빌려 간단한 특강도 듣고, 테이블을 바꿔가며 서로 자연스레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식이었다. 참가자들에겐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고, 호텔 식사비 정도의 실비만 받았다.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나선 동기가 있었을 것 같다.

▶국내 행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행사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은 80쌍 정도인데, 숫자만 보면 많은 것 같지만 통계를 내보니 전체 참가자의 4%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에 지인들 중 일본을 잘 아는 이들과 브레인스토밍(자유로운 아이디어 회의방식)을 통해 한일 커플 만남을 기획하게 됐다.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낮선 일본을 직접 찾아 결혼 적령기의 좋은 여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IBJ(일본결혼연합)라는 네트워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IBJ는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결혼정보회사가 연합해 거대한 회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본 최대규모 결혼정보회사 연맹이다. 결국 1천700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가입비를 내고 IBJ에 가입했다. 이를 통해 한국 남성을 만날 의사가 있는 일본 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경비였다. IBJ 가입비 외에도 월 회비를 내야하는데다 행사를 치르는데도 국내와 달리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2023년 9월 두 번째 일본 행사 때부터 희망자들에게 가입비를 받는 식으로 본격적인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이호상
이호상 '인연애 반하다' 대표가 지난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한 행사 영상을 보여주며 국제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금까지 19쌍이 혼인을 했거나 앞두고 있을 정도로 한일 결혼 성사율이 높다.

▶결혼 성사율로 따지자면 30% 정도 된다.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이 성격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 실제 결혼한 커플들도 잘 살고 있다.

일본 여성들은 배우자가 될 사람에 대한 기준이 한국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 여성들은 외모, 직업, 연봉 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 안에 들어야 시작하는 편이다. 반면 일본 여성들은 각각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 같더라. 기준도 성실성, 인간관계, 취미 등의 순으로 달랐다.

특히 지금까지 200여차례의 화상 미팅과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하면서 한국 남성의 연봉을 묻는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 했을 정도다. 키가 165㎝인 한국 남성이 국내에선 매번 퇴짜를 맞았지만, 오사카 미팅에서 한 일본 여성의 선택을 받은 후에 한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을 선택한 여성은 '키 쯤이야!'라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

-향후 계획은.

▶오는 8월엔 한국 남성과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만나는 행사를 처음 연다. 지난달 현지답사 때 만나본 우즈베키스탄 여성 상당수가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도 높고 한국에 가보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모두 한국 드라마 영향이라고 하더라. 게다가 외모가 너무 서구적이지 않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점 등을 보면서 한국 남성과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기회가 많아진다면 한국에서는 그렇게 만날 수 없었던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지 않나. 나아가서는 비혼과 저출산 해결책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한 사람 인생에 개입해, 이 사람이 30년, 40년 동안 풀지 못한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 아닌가. 결혼을 앞둔 이들이 감사 인사를 해올 때면 '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 좀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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