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경북 북부지역 덮친 대형산불은 동물구호체계의 심각한 공백을 드러냈다. 반려동물과 가축은 구조 대상에서 배제됐고, 수천 마리의 동물이 고립되거나 숨졌다. '사람 중심'에 갇힌 재난법 틀에서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올해 산불로 반려동물 2천여 마리 피해
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2025년 영남지역 대형산불 사례를 통해 본 동물구호체계 현황과 입법·정책적 개선과제'에 따르면, 당시 반려동물과 가축은 체계적인 구조 시스템이 없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산불은 경북 영덕·청송·의성·영양·안동 등지를 휩쓸면서 동물구호의 법적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현행 '재해구호법'은 '사람'을 구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반려동물은 법률상 구조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난 현장에 동물구호 상황실을 설치했지만, 구조·이송·보호 활동은 임시조치에 그쳤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은 반려동물 동반 대피에 대한 안내는 있으나, 실제 대피소는 동물 수용이 어렵고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반려동물은 총 2천44마리로, 이 중 1천665마리가 사망했다. 이 가운데 1천662마리는 육견(식용견)으로 확인됐고, 상해를 입은 329마리는 구조·보호 조치가 이뤄졌다고 한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올해(5월 말 기준) 전국에서 산불로 죽거나 다친 가축은 총 5만4천835마리에 이르렀다. 주요 피해는 토종닭 1만8천31마리, 꿀벌 2만4천509군, 한우 231마리 등이었다. 그러나 축사 대피 매뉴얼이나 보호시설은 존재하지 않아, 축산농가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동물 대비·보호 법적 기준 마련 필요
미국과 일본은 이미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PETS법(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을 제정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반려동물 대피계획을 포함하지 않으면 구호기금 지원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일본은 2013년 '재난 시 반려동물 구호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동행피난' 원칙을 명문화하고, 대피소 내 공간 분리와 케이지 수용 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한국은 2025년 농식품부가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년)'에서 반려동물 대피시설 관련 추진계획이 빠졌고, 관련 법령 정비도 미진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동물보호법 상 동물구호 관련 조항 신설 ▷지자체 책임 명시 ▷통합 매뉴얼 제정 ▷임시 보호소·이송체계 구축 ▷국민 인식조사 및 시범사업 추진 등을 제안했다. 가축의 경우 방목지 사전 확보, 피해농가 사후지원 제도화, 생계자산 보호를 위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보는 "현행 재난관리체계는 동물 대피·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해 현장 대응에 한계가 분명하므로, 관련 계획과 법령에 동물구호를 포함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동물보호법에 '재난 시 구조·보호가 필요한 동물' 관련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지자체에 구조·이송·임시 보호 등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재난대응 매뉴얼에 반려동물 및 가축 등의 대피와 구조 절차를 명문화하고, 행안부와 농식품부, 지자체 등이 협력하여 통합적 대응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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