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펄(대구 동구 효신로 30)에서 변연미·홍희령 초대전 '감각의 좌표'가 열리고 있다.
홍희령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발표했던 작업을 다시 재현해보인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놓인 작품 '여기가 지상낙원'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공포처럼 느껴졌던 시기, 집 안에서 지상낙원을 '그림의 떡'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모습을 나타냈다.
빈백(bean bag)에 앉아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액자 속에는 색색의 실로 자수를 놓은 좌표들이 있다. 작가는 "이비자, 몰디브 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상낙원이라고 부르는 장소들의 좌표들"이라며 "자수는 당시 인기 있던 실내 활동 중 하나이며, 액자 아래 놓인 투명한 풍선들은 바이러스 세정을 의미한다. 작품 자체가 시대의 기록인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났지만, 이 작품은 우리에게 또 새로운 의미를 전한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나 가고 싶은 지점이 지금은 망원경으로 바라봐야할만큼 멀게만 느껴지더라도, 코로나가 지나갔듯이 언젠가는 그 장벽이 걷히고 목표하는 바에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홍 작가는 언어의 이중성을 활용한 개념설치미술 작업을 이어왔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 '국수 먹으면 오래 산다'는 옛 말에서 착안한 '장수제면소' 작품도 그 중 하나다. 오징어먹물로 반죽에 욕을 쓴 뒤 제면기로 면을 만들어 국수를 해먹는 관객참여형 작품이었다.
이외에 새하얀 매트리스를 때릴 수록 내부의 검은 가루로 인해 더 더러워지는 '흑심을 버려라' 작품,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때를 기다려라'는 글씨와 함께 붙여진 때수건 한 장 등 피식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담아내는 섬세한 작업들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상투적인 고정관념에 매몰되기 쉬운 우리의 삶을 환기하게 한다. 특히 우리의 일상 속 쉽게 지나치는 부분을 예술적인 문맥으로 이끌어와서, 딱딱하게 굳어진 생각에 살짝 균열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관람객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건드린다.

다시 돌아가, 그의 '여기가 지상낙원' 설치 작품은 현실 속에 저마다 가진 시·지각적 좌표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전시 제목인 '감각의 좌표'에서 '감각'의 부분은 꽃의 생명감을 표현한 변연미 작가의 회화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몸과 사유 사이에서 작동하는 작가의 행위, 즉 작가의 회화적 감각은 곧 관람객들이 각자의 감각을 상기시키고 찾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변 작가는 1994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초고속 온라인 시대, AI가 열어갈 시대적 변화 앞에서 인간의 감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변화의 시대를 인식하는 감각의 좌표를 통해 정서적 지형도를 그려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이어진다.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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