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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임상준] 이철우 경북지사의 멸사봉공(滅私奉公)

이철우 경북지사, 지난 1일 경북도정 성과 기자회견 통해 건재함 과시
이 도지사 9월 완전히 컴백, 10월 경주 에이펙 성공 개최 약속
도백 건강은 250만 도민 삶과 직결, 꼭 회복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암 판정을 받은 지 약 1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도지사는 1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암 판정을 받은 지 약 1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도지사는 1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북의 성과와 더 큰 발전 방향' 브리핑을 직접 진행했다. 매일신문DB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술고래였다. 그래서 말년에는 술병(동맥경화, 뇌졸중)에 시달렸다. 하지만 건강 정보는 비밀에 부쳐졌다. 와병(臥病) 중엔 '휴가'라고 정부는 으레 발표했다.

브레즈네프에 이어 1982년 11월 집권한 유리 안드로포프가 그랬다. 그는 집권 9개월 만인 1983년 8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소련 당국은 그가 감기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가 실제로 앓았던 병은 심장병, 당뇨, 고혈압, 만성신부전으로 1984년 2월 사망 후에야 밝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정보'도 꽁꽁 싸매져 있다.

푸틴은 2022년 5월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혼자 무릎에 두꺼운 담요를 덮고 있었고, 서 있는 상태에서 손을 떠는 증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가 지도자의 건강이나 DNA 정보는 각국 정보기관이 탐내는 아이템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건강은 권력의 향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첩보기관은 적대국 정상의 건강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1959년 소련의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의 방문을 앞두고 미 중앙정보국(CIA)은 숙소의 변기 파이프를 따로 빼고 음식에 배변 촉진제까지 넣어 배설물 확보에 성공했다.

브레즈네프가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도 첩보기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서기장이 묵은 호텔 바로 아래층 방을 빌렸고 배수관을 해체해 브레즈네프의 배설물을 수거, 간이 많이 손상됐음을 알아냈다.

지도자의 건강 정보를 감추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전용 화장실'을 준비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회담하는 내내 전용 변기를 썼고 철저히 수거해 돌아갔다. 김정은의 DNA 정보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2011년 5월 아일랜드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펍에 들러 맥주를 들이켜고 나가자 경호원들이 나타나 맥주잔을 수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건강 이상으로 도청을 비운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 1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도지사는 이날 오전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북의 성과와 더 큰 발전 방향' 브리핑을 직접 진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병 진행과 치료 과정까지 숨김없이 알렸고, 9월까지 완전히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 몸은 오래전에 국가에 바쳤다. 공인이 병을 소상히 밝히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다. 이 도지사는 실제로 암 진단을 받자마자 경북 기초단체 부단체장 회의에서 암을 공식화했다. 병을 감추기에 급급한 여느 지도자나 리더와는 달리 오히려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개인 이철우보다 공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이 도지사는 공인이다. 도민들은 이 도지사가 사사로이 몸을 돌보지 않고 공인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병치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250만 경북 도민은 '공인 이철우'에게 또 다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건강을 되찾아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대구경북신공항, 북극항로 개척 등 산적한 경북도정을 더욱 힘차게 이끌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9월에 건강하게 컴백, 10월에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란 약속을 꼭 지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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