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의 일상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감시, 분석을 통해 대구시민의 보건·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다.
1987년에 문을 연 연구원은 시민 일상 전반의 보건과 환경 안전을 위해 180여 명의 직원들이 24시간 실험실 불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안전한 맨발걷기 가능한 이유
전국적으로 건강을 위해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구시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시민들이 시내 여러 공원의 흙을 맨발로 밟고 있다. 하지만 건강을 찾으려다 기생충이나 중금속 등 건강을 해치는 요소에 노출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연구원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맨발 걷기를 할 수 있게 지난해부터 시내 대표 유원지와 도시공원 속 맨발 걷기 길 24곳의 토양을 채취, 중금속, 기생충, 산성도 등 13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시내 대부분 맨발 걷기 길의 토양 산성도(pH)는 평균 7.9로 대부분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이었고, 중금속 농도도 어린이 놀이시설 기준보다 밑돌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생충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로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환경보건학회로부터 우수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학술적 성과까지 인정받았다.
올해는 연구를 더 확대해 마사토, 황토, 황토볼, 제오라이트볼 등 다양한 소재의 맨발 걷기 길 토양 실태를 조사중이다.

◆ 어린이 놀이터를 안전 지대로
어린이 놀이터는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면역력 측면에서 성인보다 약하기에 더욱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공간이다. 연구원은 대구 도심 공원 어린이 놀이터 총 399곳에 대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100여곳 씩 조사해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살피고 있다.
연구원이 주목하는 부분은 피부 접촉이 잦은 바닥재다. 모래는 중금속과 기생충, 기생충 알 등을 조사하고 합성고무바닥재는 X선형광분석기(XRF)를 이용하거나 정밀검사 등을 통해 유해인자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검사를 완료한 357곳은 모두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충족했고 올해 군위군 어린이 공원 3곳을 포함한 나머지 42곳도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 건강취약계층의 물과 공기도 관리
대구시의 물과 공기의 오염정도를 파악하고 깨끗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일 또한 연구원의 업무다. 최근 연구원은 건강취약계층의 물과 공기에도 관심을 갖고 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연구원은 사회복지시설 40곳의 먹는 물 시료 114건에 대해 무료 수질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를 알리면서 정수기 관리법 등의 먹는 물의 수질을 지키는 정보까지 함께 안내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실내공기질 무료검사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이 시설들은 '실내공기질관리법'의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공기질 관리 실태 파악이 어려웠다. 연구원은 무료 검사를 통해 실내 공기질 파악과 오염도가 높은 경우 원인 분석과 개선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올해는 무료 수질 검사 대상을 200건까지, 무료 공기질 검사 대상을 30곳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시민 먹거리 안전에도 최선
대구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에도 연구원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식중독 발생 방지를 위한 다양한 연구, 조사, 감시는 기본이고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수·축산물에 대해서도 연구원은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에 문을 연 농수산물검사소는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총 2천2건의 농산물에 대해 477종의 농약성분 잔류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는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평균 검사항목 408종보다 훨씬 더 많은 항목이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은 즉시 회수·폐기 조치해 사전에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에는 수산물 490건에 대해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를 실시했다.
축산물은 도축과정의 생체·해체 검사는 물론, 학교급식 등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단계에 걸쳐 28종의 최첨단 분석장비를 활용해 유해성분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축산 농가의 질병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7만여 건의 가축질병 검사를 진행했고, 24시간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돼 가축질병진단 물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의 농가 확산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 "일상 속 위험 요소, 과학으로 감시"
이 밖에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감염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3년부터는 대구 시내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로 코로나19,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 항생제 내성균(CRE)을 감시하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는 하수 내에서 70종 병원체를 동시 감시할 수 있는 다중 분석 기술을 본격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피지, 우간다 등 해외 감염병 전문가 100여 명을 대상으로 감염병 대응 선진 기술 연수를 지원하고, 국내 유관기관과 시험연구 기능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병 거점기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2년 연속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하는 법정감염병 실험실 진단능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76개 병원체에 대한 감염병 진단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신상희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시민의 일상 깊숙이 연결된 다양한 위험요소를 과학적으로 감시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단순히 사고 발생 후 대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전예방 중심의 과학 기반 보건환경 행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감염병 신속진단 플랫폼 고도화, 생활밀착형 환경조사 확대 등으로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 보호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안철수 野 혁신위원장 "제가 메스 들겠다, 국힘 사망 직전 코마 상태"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
[정진호의 每日來日] 청포도의 꿈, 청진과 포항 쇳물로 길을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