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재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 현 경영진이 실체가 불분명한 신생 회사에 1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사실로 고발을 당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가운데 투자 대상인 '푸드노바'는 본점이 공유오피스에 있고 공장 주소지는 다른 회사의 것으로 확인되는 등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셀피글로벌 주주들은 투자 결정의 근거가 된 보고서가 업계 1위 기업의 홍보물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업사냥꾼이 연루된 명백한 업무상 배임"이라고 강조했다.
8일 셀피글로벌 주주모임 등 관계자에 따르면, 셀피글로벌 이사회는 지난 2024년 8월 28일 '푸드노바 주식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억 원어치를 인수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문제는 투자 대상인 푸드노바가 이사회 결의 불과 15일 전인 2024년 8월 13일에 설립된 신생 법인이라는 점이다.

푸드노바의 법인 등기부상 본점 소재지는 서울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로, 월 5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사업자 주소지를 빌리는 곳으로 확인됐다. 공장으로 등록된 경상북도 문경시의 주소지 역시 푸드노바 소유가 아닌 '마루종합식품'의 공장이었다.
마루종합식품 관계자는 "푸드노바 측 관계자를 비롯해 회장이라는 사람도 전화를 안 받고 있다. 월세도 밀리고,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대금도 못 받은 상황"이라며 "피해가 크다. 현재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푸드노바를 상대로 명도소송(계약해지 등)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함께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주주들은 셀피글로벌 경영진이 투자의 명분으로 내세운 '푸드노바 투자검토보고서'가 허술함을 넘어 조작 의혹까지 보인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4년 기준 푸드노바가 3개의 생산라인에서 월 300만개의 냉동김밥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업계 2위인 우양(월 120만개)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회사가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냉동김밥 업계 1위 '올곧'의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밥 제조 설비 하나를 갖추는 데 최소 8개월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문제는 푸드노바 투자검보고서가 경쟁사의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내세운 푸드노바의 핵심 기술력, 즉 '영하 45도 급속 냉동기술'과 '3단 분리 트레이'는 모두 업계 1위인 올곧이 개발하고 특허까지 보유한 기술이다.
실제로 올곧은 김밥 용기와 관련해 3건의 디자인 특허를 보유 중이지만, 푸드노바가 보유한 특허는 전무하다.
표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고서에 담긴 푸드노바의 주요 생산제품 소개 페이지는 올곧의 제품 카탈로그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수준이었다. 'MAIN 김밥 9종'의 경우, 김밥 이미지와 제품명, 설명 문구, 배열, 심지어 매운맛을 표기하는 고추 이미지까지 동일했다.
심지어 '비건김밥 4종' 소개 페이지에서는 올곧 카탈로그의 오타(어울러진)까지 그대로 베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은 셀피글로벌 대표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고발했고, 현재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해당 사건은 대구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주주 측은 셀피글로벌이 푸드노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인 'ICK International Inc'로부터 11억8천764만원을 단기 차입한 사실을 지적하며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실체 없는 외부 회사에 무리하게 10억원을 투입한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 아닌 명백한 횡령·배임 행위다. 기업 사냥꾼이 연루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 검토 보고서가 투자 집행 이후 범죄를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급조된 면피용 자료"라며 "즉시 '조기상환청구권'을 발동해 투자금 10억원을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배임 혐의를 받는 셀피글로벌 대표 A씨에게도 푸드노바의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