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대생 복귀] 의정갈등 출구 보이나…전공의 복귀·특혜 논란 극복이 관건

학사일정 재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 많지만 '유연화' 방식은 아닐 듯
환자단체, 재발방지 요구 더불어 "특혜 없어야" 주장
의료계 "내년 국시 볼 수 있도록 정부·대학 머리 맞대주길"

대구의 한 의과대학교 복도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의 한 의과대학교 복도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번 의대생 학업 복귀 선언은 지난해 2월부터 지루하게 끌어온 의정갈등이 해결될 희망의 실 한 가닥이 드리워진 것으로 분석하는 의견이 많다. 전반적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높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 金총리 "큰 일보전진"·환자단체 "재발 방지책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의대생들의 학업 복귀 선언을 두고 13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큰 일보전진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결실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주술 같은 '2천명 밀어붙이기'의 고통이 모두에게 너무 크고 깊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국민 모두의 회복으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님도 해법을 계속 숙고하면서 총리와 정부에 (해결을) 주문해 왔다"며 "결국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국민이 문제의 해결을 도와줄 수 있도록 의료계도 국회도 정부도 더 깊이 문제를 살펴볼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김 총리 취임 첫날인 7일 의정갈등 이슈를 거론하며 "김 총리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고, 김 총리는 그날 바로 전공의, 의대생 대표 등과 비공개 만찬을 하며 해법을 논의한 바 있다.

환자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의정갈등 지속으로 환자들의 고통이 컸다며 향후 의료공백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은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위해 특혜성 조치를 한다면 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 계획인 기자회견 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환자와 환자 가족은 더는 의료 공백 사태를 겪고 싶지 않고, 다시는 겪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안전과 인권 환경 개선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1년 반 가까이 학교를 떠나있던 의대생들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의대에 마련된 의대생 복귀 상담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1년 반 가까이 학교를 떠나있던 의대생들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의대에 마련된 의대생 복귀 상담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 바로 수업에 들어가기는 힘들어

의대생들이 학업 복귀를 선언했다고 해서 내일 당장 의대 수업이 재개되지는 않는다. 공백 기간이 길었던 만큼 교육의 질과 양 모두를 잡아야 하는 학사일정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면서도 "7월에 돌아가면 학사일정이 2월보다는 좀 늦어질 거 같은데 방학기간 조절 등을 통해 충분히 불합리한 일 없이 합류할 방안 자체는 있다. 그런 부분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유급 대상자는 8천305명, 제적 대상은 46명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의대는 학사일정이 1년 단위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올해 1학기 유급 조치를 받으면 2학기 복학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교육부와 의대 학장들은 "학사유연화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12일 전국 의대 학장들에 "1학기 성적 사정(유급)은 원칙적으로 완료하고 새 학기를 시작한다", "협회는 학생 복귀 이후 교육의 질 저하 없는 기본적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제시한다"는 등의 기본 원칙을 공지한 바 있다.

의대생들 또한 별다른 학사유연화 조치가 아니라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학사일정을 요구하고 있다. 수업 일정은 학생들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와 대학이 결정해 달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지난해 6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혜 논란' 불씨 여전…전공의 복귀는 언제?

의료계는 자칫 내년에도 일반의, 전문의 배출이 안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내년 2월에 의대 의학과(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 국시를 볼 수 있도록 학사일정을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예과는 1년 수업 주수가 30주라 여유가 조금 있지만 본과는 40주이기 때문에 지금 수업에 들어가도 의사 국시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며 "어떻게든 학사일정을 맞추든지 의사 국시 일정을 내년에만 1, 2개월 연기하든지 해서 의사 배출 절벽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학사일정 조정도 특혜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의료단체들의 회동 이후 낸 성명에서 "정부가 전공의·의대생에게만 지속해서 특혜성 조치를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는 "먼저 돌아온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KAMC는 현행 규정상 미복귀 학생들의 1학기 유급 처리는 불가피하기에 그대로 처리하고, 학생들이 복귀할 경우 2학기 수업과 계절학기를 활용해 내년 초에 차질 없이 진급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복귀 의대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면서도 학사 일정을 제대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대생이 복귀하는 만큼 전공의의 복귀도 곧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대화파' 한성존 새 비대위원장이 들어서며 복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의 경우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병원에 복귀할 수 있다. 이들은 차질 없는 복귀를 위해 입영 대기 상태인 전공의들의 입영 연기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협은 이달 초 전공의 8천458명 설문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입대 전공의 등에 대한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의 복귀 '선결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이러한 특례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전공의들의 요구안이 구체화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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