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독재 권력의 탄생으로 이어져 결국 '자유'와 '공화'의 실종을 낳는다. 권력이 반드시 견제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25년 대한민국에는 절대 권력을 견제할 어떤 정치세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선우, 이진숙 두 장관 후보자의 최종 임명 여부를 보면 이재명 정부가 얼마나 독재에 가까워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12·3 계엄으로 간신히 유지하던 견제와 균형 체제가 무너진 후 유일 야당인 국민의힘은 스스로 존재감을 상실한 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의지조차 없다. 혁신하겠다며 혁신위원장을 세우고도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당권파나 혁신위를 구성하자마자 신중한 논의도 없이 친윤계 의원 거취 결정이라는 혁신안을 들이미는 비당권파나 도긴개긴인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지지층의 냉랭함은 갈수록 차갑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더 이상 고쳐 쓸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스스로 문을 닫아도 속이 시원치 않을 판인데 알량한 당권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으니 결국 국민이 투표를 통해 마지막 숨통을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긴 특검이 당권파를 정조준하고 있으니 그렇게라도 정리가 되면 다행이랄까.
보수답지 않은 국민의힘에 신물이 나서 국내 정치 뉴스에 관심을 끊고 사는데,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1973년 쿠어스 맥주의 사주 조셉 쿠어스의 재정 지원 하에 폴 와이릭과 함께 보수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헤리티지 재단을 설립한 퓰너는 한국을 200번 넘게 방문한 친한파 '찐' 보수주의자였다.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헤리티지 재단은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지리멸렬해진 보수주의를 재건하면서 이후 레이건 행정부를 비롯한 역대 공화당 정부의 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쳤고 보수주의 시민 교육에 매진하면서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를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에드윈 퓰너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을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보수우파라는 국민의힘이 사실은 보수주의와는 너무 먼 못난 행태만 보여왔다. 국민의힘이 지속되면 보수주의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편견만 더욱 커져 이 나라가 진보주의의 가면을 쓴 종북세력에 의해 완전히 지배당할 것이 우려된다.
1970년대 초, 무너진 미국 보수주의의 재건을 우려한 쿠어스와 와이릭, 퓰너처럼 2025년 이 땅의 보수적 지식인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가짜 보수주의 흉내를 내는 국민의힘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올바른 보수 정치를 선도할 인재들을 하루빨리 양성하는 일이 아닐까.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비전과 방향,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보수주의를 명예롭게 실천하는 정치인들을 폭넓게 지지할 보수주의 국민 교육을 할 수 있는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을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가 곧 기회다. 보수 정치세력이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지금이 보수주의를 바로 세우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진정한 세력이 보수주의자들이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안위와 발전을 우선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있었기에 공산주의의 위협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탄생했고, 북한의 침략에도 지켜낼 수 있었으며, 지긋지긋한 가난을 더 이상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한 명예로운 보수주의자들이 있었기에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잘살게 된 오늘날, 살 희망을 잃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 땅에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그 끝에 도달하면 반드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지금 보수주의의 탈을 쓴 국민의힘이 사라져야 진정한 보수주의가 재탄생할 수 있다. 그때를 준비하는 것이 보수적 지식인들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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