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日·필리핀 군사 밀착 강화…동북아 안보서 소외되는 한국

美·필리핀 "동맹조약 영역 확대, 태평양 어디든 적용"
필리핀 대통령 "양국 동맹 인태지역 전체에서 역할"
한국, 지역 안보 협력 꺼려…한반도 위기 올 수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필리핀 간의 군사 밀착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 전역에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 등을 하나의 전장(戰場)으로 묶는 '원 시어터' 구상에도 지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동북아 안보 협력에 동참을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맞물려 한반도 안보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리핀 "분쟁지 어디든 간다"

필리핀은 친미(親美) 성향인 마르코스 집권 후 최근 몇 년 간 미국에 밀착하며 인·태 지역에서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도 적용 영역을 확대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필리핀 간의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풍부한 역사를 가진 우리 동맹은 지금처럼 강력하거나 핵심적이었던 때가 없었다"며 "함께, 우리는 상호방위 조약에 여전히 헌신돼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이 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공공 선박(해상경비대 소속 포함)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양국 동맹의 적용 범위가 필리핀 영토와 그 주변 수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를 포함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이 중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미군이 대필리핀 지원에 나서고,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 필리핀이 대미 지원에 나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나는 우리 동맹, 미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밝힌 뒤 "하지만 나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 대해서도 (양국 동맹이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우리가 항상 그 관계를 계속 강화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국 국방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명예 경계식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서 있다. AP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국 국방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명예 경계식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서 있다. AP 연합뉴스

◆지역 안보서 소외되는 한국

한국은 동북아 역내 안보에서 소외되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을 물론 일본과도 군사동맹 강화를 통해 역내 분쟁시 군사 협력을 확대하는 분위기지만, 한국은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맞물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미국·일본·필리핀 등이 한반도를 제외한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전역)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반도가 일본의 전역 구상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라며 동참을 꺼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필리핀처럼 한미동맹 공조 영역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을 넘어, 미중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까지 역할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보장에 동의할 것을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의균 박사(국방TV 대표)는 "동북아 안보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도 어느때보다 흔들리고 있다"며 "일본, 필리핀 등 국가들도 미국과 협력해 지역 안보를 지키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협력도 하지 않으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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