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미 관세 협상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광우병 사태'

관세 협상 시한(8월 1일)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요구한 '30개월령(齡)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가 대미(對美) 관세 협상의 유력 카드로 거론된다. 고급화된 한우 시장은 미국산 소고기 시장과 차별화된 만큼 수입 확대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축산단체와 정치권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농축산물의 경우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관련 단체들은 시위를 시작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농민을 희생양(犧牲羊) 삼지 말라"고 반발했다. '소고기 월령 제한 수입'은 한국만 고수하고 있어 방어가 쉽지 않다. 소고기 시장 개방 확대는 고통이 따르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미루고 회피하면 협상 공간만 좁아진다. 통상 협상은 전체 국익(國益)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반대 여론과 별도로 소고기 협상의 걸림돌이 있다. '광우병(狂牛病) 사태' 때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주도한 법 조항이다. 가축법 부칙엔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제품을 반입하려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批准)과 관련된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연령을 불문하고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이 문제는 정치 쟁점이 됐다. '광우병 괴담'이 확산됐고, 민주당이 가세한 촛불시위는 정권을 흔들었다. 결국 정부·여당은 민주당 요구대로 가축법 개정('국회 심의' 조항 신설)에 합의했다.

민주당의 공세(攻勢)로 만든 이 조항이 17년 만에 여당인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려면 가축법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 회복' 판단 방법도 문제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소고기 수입 확대' 보고서를 채택할지 의문이다. 국익이 아닌 정치적 입법이 통상 협상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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