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서쪽에 집중되는 물난리, 기후 변화 원점서 대비해야

대구도 아열대(亞熱帶) 기후 특성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기상학적으로도 아열대기후군에 공식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이 길어지고 강수량은 많아지며 일사·지표면 가열로 뇌우와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진다는 의미다. 갑작스럽고 강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릴라성 폭우·스콜·집중호우와 더 자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비가 갑자기 퍼붓듯 쏟아져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 국지적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에 폭우·집중호우 대비 도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원점(原點) 재검토가 시급하다. 언제, 얼마나 많은 비가 올지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기존의 계절적·기상적 패턴과 통계도 더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는 새로운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늦기 전에 피해와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대구는 그동안 수해 피해가 적은,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지만 기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재해 취약지로 변할지 모른다.

게다가 대구의 경우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적 특성 탓에 서쪽 도심이 '도시형 홍수'에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최근 호우로 대구에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는데, 주요 피해지 4곳 중 3곳이 저지대인 서쪽 도심에 집중됐다. 짧은 시간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이 낮은 곳으로 빠르게 몰리기 때문에 서쪽 도심의 침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를 가로지르는 금호강도 동에서 서로 흐르는 구조라 서쪽 도심의 침수 우려를 더욱 높인다.

이 때문에 기후 변화와 함께 지역 지형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기후 변화의 직격탄(直擊彈)을 맞을 우려가 큰 서쪽 저지대를 대상으로 한 배수 능력 재설계 및 보완 등 맞춤형 배수시설 개선이 우선이다. 하수도관 직경·배수펌프 용량 증대 등 대구 전역의 배수시설 시스템 개편도 뒤따라야 한다. 기존 배수관 용량으로는 향후 호우 대비에 역부족인 만큼 기후 변화와 지형 특색에 대한 전반적·체계적인 조사·연구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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