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의 광폭 수사 행보가 거침없다. 1999년 시작된 특별검사제는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특별검사가 권력형 비리나 고위공직자 범죄를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1호 입법으로 출범한 '3대 특검'은 정치특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헌법에 기반한 검찰제도를 근본부터 무력화 시키면서 위헌 소지가 있는 '특검의 일상화'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이나 대법원장 등 중립적인 기관의 추천이나 여야 합의 대신 집권 여당의 의지대로 특검을 임명한 것부터 문제다.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기 위한 모양새도 포기하면서 수사의 정치화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겠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파견검사 20명)의 6배인 120명의 검사를 3대 특검에 파견한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부산지검 규모의 매머드급 파견 인원은 앞으로 검사는 특검의 하수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라는 뜻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광범위한 수사 대상도 문제다. 내란 특검(11건), 김건희 특검(16건), 해병대원 특검(8건)을 합쳐 모두 35건이다. 포괄적이고 모호하며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수사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절차가 아니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사료될 때 증거 수집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기소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절차다. 범죄혐의 유무가 불분명한 사안을 특검 수사대상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할 경우 자칫 저인망식 표적수사로 이어지기 쉽고 수사권 오남용의 위험성이 크다.
'국민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한 특검 수사공보의 문제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수사의 밀행성 원칙은 오간 데 없다. 참고인 소환이나 압수수색 상황까지 매일 중계방송 하듯 언론 브리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끝난 삼성그룹 합병 사건이나 사법농단 사건 수사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 등 300명에 대한 860회의 조사, 삼성전자 등 10회의 계열사 압수수색 등을 통해 2270만 건의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2025년 7월까지 102회 재판에 출석했다. 100여명의 법관을 조사한 사법농단 사건도 4년 11개월 만에 290회의 공판을 거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47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1심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 특별수사의 대수술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한 '검찰 대재앙'의 오류를 특검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 권한을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절제의 규범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중요한 가드레일이다. 특검 수사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시작된 전 정부 인사 수사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사정정국의 본격화를 통한 '정치보복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특검 수사가 정당한 법 집행으로 평가받고 결코 반대세력 제거를 위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공감하는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하고 수사 결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는 법의 지배는 많은 부분 형사사법제도에 의해 보호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강력하고 근대적인 국가는 법치주의나 책임정부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때, 보다 완벽한 폭정체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이 정당하고 권위를 갖추려면 그 법이 공정하고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도 법치국가의 수호자로서 검찰의 직무가 사법적 성격을 갖고 있고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공정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특검도 마찬가지다. 사법 불신은 공정사회의 적이다. 법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대구 찾은 조경태, 강력한 인적 쇄신 강조 "한남동 관저 앞 45명 인적청산"
[단독] 허위 저격 논란 '백종원 저격수'… 과거 허위 방송으로 징계
정부 관심 벗어난 '대구경북신공항'…TK 정치권 뭐하나
송언석, '입당 논란' 전한길 언행 조사 지시
홍준표 "해산될 정당으로 안 돌아가…9월부터 홍카콜라 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