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 제품 수입 확대와 시장 개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내용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미국 측이 언급한 '시장 개방'은 물리적 무역 장벽보다는 한국의 까다로운 비관세 규제에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비판은 한국의 수입차 규제 환경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산 승용차 비중은 17.5%로 유럽산(7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6월만 보면 미국산 수입차 비중은 25.7%에 달한다. 이처럼 이미 미국산 차량이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시장 개방"을 강조한 배경에는 국내의 비관세 장벽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해 '2024 비즈니스 환경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다중 규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배터리 안전성 인증,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효율 등급제, 환경부의 전기차 인증 및 보조금 평가 등 규제들이 사전 조율 없이 부처별로 독립적으로 신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암참은 이러한 규제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미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동차 인증체계에서도 한국과의 차이를 문제 삼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사전 승인제도를 운영하는 반면, 미국은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차량 안전성과 환경 기준을 충족한다고 선언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측은 이 인증 체계를 한국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형 픽업트럭 시장 개방 요구는 미국의 또 다른 관심사다.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이 전체 자동차 판매의 70%를 차지할 만큼 대형차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이런 차급의 대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주차 공간, 도로 환경, 온실가스 규제 등으로 대형 픽업트럭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기아, KGM 등 국내 업체의 픽업트럭 출시와 차박 문화 확산으로 국내 시장이 점차 확대되자, 미국은 이 기회를 공략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관세 협상에도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는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며, 반도체와 의약품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상호관세도 전체 품목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산 제품에 15%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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